지난 14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1백시간동안 닫혀 있던 영국 런던의
"인터넷 생존실험실" 문이 열렸을 때 도전자 4명은 환호성을 올렸다.

인터넷만 되는 방에 갇혀 1백 시간을 버티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처음에 걸치고 들어간 가운을 벗고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옷이다.

그동안 음식도 인터넷으로 배달시켜 먹었다.

주문한 물건이 빨리 배달되지 않아 처음 이틀동안은 조금 불편을 겪었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응원편지에 답하랴 대화방에서 네티즌들과 수다떨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전자 4명 가운데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인터넷에 제일 서툴렀던 로빈 카츠
(여.46.소설가)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느라 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이유를
알았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다시 10대
소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호주 라디오방송을 청취하기까지 한 그녀는 도전이 끝난 뒤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을 제법 안다는 마틴 케네디(67.전직 소방관)는 티셔츠와 반바지에
양말까지 갖춰 입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개인적인 일들을 하는데 몰두했다.

우선 관심이 있던 태극권을 배울 도장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소식이 끊긴 옛 친구를 찾으려 공고도 냈다.

자칭 "인터넷 파파"인 그였지만 채팅방에서는 인기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두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는 이른바 "독수리 타법"을 쓰는 탓에 대화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엠마깁슨(여.30.연극배우)은 전자우편 더미에 묻혀 지냈다.

8년전 함께 공연했던 남자배우한테서 온 편지도 있었다.

그녀는 네티즌들과 함께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진지한 사이버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글린 토마스(45.도서편집자)은 그동안 가족들과 놀러갈 놀이공원 티켓과
운동경기 관람권을 샀다.

인터넷 경매에 참가해 갖고 싶었던 노래 CD도 구하고 좋아하는 체스도 실컷
뒀다.

이들 네 사람은 1인당 5백파운드(1백만원)까지 쓸 수 있는 신용카드만 갖고
방에 들어갔다.

이 행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했으며 자세한 결과는 인터넷 홈페이지
(www.msn.co.uk)에서 볼 수 있다.

MS는 내년에도 이 행사를 실시, 1년 사이에 온라인쇼핑 등 인터넷과 인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