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율산과 명성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70년대 "재계 신데렐라"로 등장했다가 사라졌던 율산의 신선호 회장(52)과
80년대 "레저산업의 황제"를 꿈꾸다 몰락했던 명성의 김철호 회장(61)이
최근 재기를 꿈꾸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7세에 율산실업을 창업, 불과 4년만에 14개 계열사를 보유해 당시 젊은이들
의 우상으로 통했던 신 회장.

그는 요즘 율산의 마지막 재산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호남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초대형 호텔.백화점 복합건물 "센트럴시티"를 짓는데 여념이 없다.

올 연말 완공될 센트럴시티는 백화점, 33층짜리 특급 호텔, 호남.영동선
고속버스터미널, 극장 6개, 자동차백화점, 컨벤션센터,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신 회장은 지난 79년 외국환관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호남고속버스터미널과 한가람문고를 발판으로 재기를
노려 왔다.

그는 요즘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그와 동고동락해온 ''율산맨''들과 재기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언론과의 접촉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20년이상 그를 보좌해온 한 간부는 "센트럴시티를 계획대로 완공해 일류
문화사업을 하는 것이 신 회장의 꿈"이라며 "내년쯤이면 언론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0년대 초반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급부상하다 지난 83년 금융
스캔들로 무너진 명성의 김 회장.

그는 최근 LG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던 대한생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김 회장은 재일 민단의 도움을 받아 일본계 자금을 유치, 대한생명을 인수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외자를 유치해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 대단위 종합리조트를 건설
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재기에 대한 그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업무상 횡령혐의로 지난 83년 말부터 93년 5월까지 옥살이를 한 그는 석방
직후 강원도 태백에 대단위 위락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자본금 15억원에 자산이 20억원에 불과한 명성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한 조단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고도 성장시대의 훈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다 갑자기 재계에서 잊혀졌던 신
회장과 김회장.

두 사람의 재기 노력이 화려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한여름밤의
꿈에 불과할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