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의 합병이후 살림살이는 어떨까.

과연 당초 예상대로 시너지효과를 마음껏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이질적인 기업문화로 오히려 고전하고 있을까.

빅딜 등으로 일대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 금융 석유 항공우주 정보통신 업종등에서 대표적 기업의 "합병이후"
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

=======================================================================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공식 출범한지 17일로 꼭 6개월이 된다.

지난해 11월17일 뉴욕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동시 상장되면서 세계3대
자동차메이커로 새롭게 태어났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 합병은 당초 일부 우려와 달리 "순항중"이다.

일단 매출 등 경영실적에서 합격점을 얻었다.

각 부문별 통합작업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최고경영진간 화합도 인상적이다.

세계산업계의 합병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합병 원년인 지난 98년 "성적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기간 매출액은 1천4백65억달러를 기록했다.

합병전인 97년 양사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12% 늘어났다.

순익은 30% 가까이 증가한 61억달러.

주당 순익은 30% 늘어난 6.5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경기 호황으로 인한 자동차판매증가도 큰 기여를 했지만 회사는 합병
으로 인한 상승 효과로 풀이했다.

올 1.4분기 역시 호조다.

이 기간 매출은 3백78억2천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 늘어났다.

순익도 16% 증가한 23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주가도 만족스럽다.

합병 초기 주당 80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지난 1월초 사상 처음으로 1백달러
선을 돌파했다.

현재는 주당 93달러선이다.

합병이 이처럼 순조로운 것은 양사가 갖고 있던 기본조건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우선 생산차종에서 크라이슬러가 대중차에,다임러벤츠가 고급차에 집중돼
겹치는 부문이 거의 없다.

양사는 또 합병전 상대방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1% 미만으로 극히 미미했다.

그만큼 개척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최고경영자들의 "찰떡궁합"도 눈여겨 볼만하다.

화합도모형인 로버트 이튼(59.크라이슬러)과 보스기질에 나서길 좋아하는
위르겐 슈렘프(54.다임러벤츠) 공동 회장이 상호보완적이어서 "환상의 콤비"
로 일컬어지고 있다.

통합작업도 원할하다.

회사 최고경영진들은 매일 랩탑 컴퓨터를 두들기면서 88개 개별부문의
통합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이들의 컴퓨터에 표시되는 교통신호등 색깔은 각 부문의 진척정도를 알려
준다.

녹색은 순조로움, 황색은 약간 문제, 빨간색은 잘 안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빨간불이 오래 켜져 있는 부문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독려한다.

이미 첫 통합작업으로 자재 및 부품의 공동구매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간 구매규모가 9백40억달러에 달해 비용절감효과가 적지 않다.

차량 브랜드별,지역별로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위해 통합마케팅
위원회도 구성했다.

디젤 엔진,전기 자동차,전지 자동차 등 기술개발부문을 합치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회사는 중복투자 해소 등을 통한 비용절감효과가 올한해에만 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향후 3년동안 연간 28억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은 단 한푼도 없었다.

종업원이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97년 42만5천6백49명이던 것이 올해 45만6천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합병이후 경영 전략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양사의 주력시장은 유럽과 북미였으나 합병을 계기로 불모지인
아시아 및 남미지역 진출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오는 2001년까지 크라이슬러의 실용성과 다임러벤츠의 중후함을 결합한
대당 7천달러선의 저가승용차를 개발하려는 것도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