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전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느라 바쁘다.

새로운 국제금융감독기구를 창설거나 국제핫머니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
등 여러 처방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관련, 미국 버클리대학 배리 아이헨그린교수는 실질적인 효과를 낼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금융거래에 명확하고 투명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위기관리능력이 없는 개발도상국에는 자금도입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
한다.

< 정리=박재림 기자 tr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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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최근 금융위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공산주의자들이 옛 동구권붕괴때 느꼈던 것과 흡사할 것이다.

낡은 모델을 버리고 새롭고 보다 진보적인 생각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어서다.

영국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 그리고 국제결제은행(BIS)을
통합해 하나의 강력한 감독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프랑스정부는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임시위원회를 만들어 IMF를 감독토록
하자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에 유럽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독일정부는 목표환율제를 도입해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것을 막자고
얘기하고 있다.

이 모든 생각들의 공통점은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적인 유희나 혹은 정치적 잣대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중 가장 좋은 것은 예방이다.

위기 발생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은행 기업 그리고 각국 정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시장을 안정시키고
정책당국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금융시장과 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환율의 자유로운 변동은 은행과 기업들이 외국자본을 이용하면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다.

우선 국제금융 거래에 각종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넘어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는 돈을 빌려가는 은행이나 기업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은 IMF등 국제기구들이 개별 나라의 금융시장에 간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의 생각은 이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예 제도적 개혁에 까지 손을 대야 한다.

국제금융시장 통합으로 국내시장의 안정없이 국제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는
없어서다.

또 국제적으로 공인된 회계기준을 적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 채권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이 경제와 재정문제에 대해 내린
결정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자거래를 막기위한 투자보호법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 공정하고 효율적인 기업도산절차를 마련해 연쇄도산과 같은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매우 의욕적인 개혁의지가 없으면 반영될 수 없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경우 IMF나 다른 국제기구들이
이에 대한 대응법을 알려줄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IMF는 매우 제한된 능력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MF는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말고 민간부분의 전문가와 국제
감독기구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마다 규정하고 있는 바는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민간전문가들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그 기준을 만드는 역할은
IMF가 맡아야 한다.

관심을 기울여야할 또 다른 분야는 부실은행과 자금흐름이다.

국제금융시장이 개방된 탓에 부실은행은 쉽게 태동될 수 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한 것들이 좋은 예다.

이는 은행이 신용을 관리하고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혹은 감독기구들도 부터 나오는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나라는 위기관리라는 개념도 없고 능력도
모자란다.

이것은 바로 금융산업이 덜 발전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이론적인 자본의 수요와 실질적인 자본의 수요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국제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기적으로 들여오는 외국자본은 금융시장 안정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은행들은 외국자본에서 들여온 자본으로 도박을 한다.

이는 부채를 더 늘릴 수 있는 과도한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과
같다.

외국 자본은 정부가 보증을 서 줬으니 돈을 떼일 일은 없다고 생각해
마음놓고 꿔준다.

그러나 만일 그 나라 시장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면 외국 자본은 한 순간에
빠져 나간다.

이런 점에서 제 3라인의 통제가 요구된다.

바로 칠레식 통제다.

은행 자체의 위험관리능력이 부족하고 감시와 감독의 기능이 철저하지
못한 상태라면 외국자본을 들여오는데 제한을 두거나 세금을 매기는 방식
으로 세번째 울타리를 쳐놓아야 한다.

국제기구는 바로 이같은 제도의 옹호자가 돼야 한다.

미국 재무부 역시 이같은 방안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갖는 월스트리트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된다.

금융시장도 발전한다.

감시감독기구도 굳건해진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되기 까지 돈이 오고 가는데 세금을 매겨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한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는 언제나 그것을 수습하는 수순이 따른다.

국제기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돈을 빌려줘서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것과,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멕시코와 아시아위기후 IMF는 정부와 국제투자가들로 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

비판자들은 IMF가 민간부분의 부채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한채 자금을
지원해줘 어떤 측면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지난해 여름 국제 금융시장에 손을 내밀었지만 자금은 말라
있었다.

아시아와 동유럽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미 소진됐다.

이것은 결코 되풀이되서는 안된다.

이같은 과정에서 반성할 것은 보다 체계적인 채무조정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채무조정이 너무 힘들다.

돈을 빌릴때 다수결 원칙과 고통분담조약을 명문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은 경직된 채무구조조정의 단계를 유연하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또 현실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안되는 재판을 벌이거나 채무국의 복지수준
을 떨어뜨리는 일들을 방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채권자와 채무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상설 위원회의 창설도 고려할만한다.

채무국들은 위기의 경제를 해쳐 나갈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또 채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채무조정협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