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상상력의 부족"

김남윤.강충모의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전곡연주회를 본(3회중 1,2회)
소감을 한 마디로 집약한 것이다.

총 10곡의 바이올린소나타는 베토벤이 선배들의 작풍에서 자신의 웅혼한
개성을 표현하는 시기로 넘어가는 1800년을 전후해 대부분 작곡됐다.

그래서 유명한 5번 "봄"과 9번 "크로이처"를 제외하곤 2~3곡씩이 거의 같은
느낌을 준다.

결국 베토벤이 지적하지 않은 부분도 연주자가 재해석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소리그림(음화)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떤 작곡가의 곡이든 전곡연주하는 경우에는 이런 상상력이 필수적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김남윤, 강충모 교수는 지난 7,9일 두차례 공연에서 소나타 7번까지 소화
했다.

첫 날 연주(1~4번)는 시종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호흡이 제대로 맞아들어가지 못했기 때문.

두 악기가 서로 주도권을 주고 받으며 박진감있게 넘어가는 대목도 속도만
빨랐을 뿐 절묘한 협연은 보여주지 못했다.

두사람 모두 장조(1~3번)의 밝고 진취적인 악상을 즐기면서 연주한다기 보다
한음한음 맞추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연습부족이었다.

연습 기간은 2주 남짓.

실제로 김 교수가 관객앞에서 연주해 본 곡은 1,5,7,9번.

강 교수는 1,2,5번 밖에 없었다.

전곡연주를 시도하는 자체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준비기간이 짧았던 게 못내 아쉬웠다.

또 1번 2악장을 연주하던 도중 바이올린 어깨받침이 떨어져 김 교수가
대기실로 가 수리를 하고 들어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행히 둘째날 연주(5~7번)는 무리없이 매끄러운 연주를 보였다.

12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마지막 연주를 기대해 본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