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탐구] 변형 <한국투자신탁 사장> .. 공익 우선
<> 41년 전남 장성 출생
<> 광주고 서울대 영문학과 졸
<> 70년 행정고시 8회 합격
87년 제네바 대표부 재무관
91년 김포세관장
93년 재무부 관세국장
94년 재정경제원 감사관
95년 재정경제원 세무대학장
<> 96년 한국투자신탁 사장
<> 부인 박명자 여사와 1남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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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한국투자신탁 사장(58)은 가끔 자유로를 타고 파주까지 드라이브를
한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보다 멀리 보기 위해서다.
차창을 스치는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결코 풀리지 않을 것같던 골칫거리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자유로를 찾을 일이 별로 없다.
"취임후 2년이 넘도록 움직이지 않던 직원들이 이제 본심을 알아주고 있어
골머리를 썩을 일이 없어졌다"것이다.
변 사장이 한국투신에 투신한 것은 지난 96년9월.
행정고시(8회)를 거쳐 재무부와 관세청에서 지낸 2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재무부에 오래 근무했지만 이재국이나 증권국과는 인연이 없었다.
금융이나 투자신탁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을 세울 수있는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그는 "확고한" 금융.투신관을 갖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는 조직을 확고히 장악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조직원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사장의 이런 철학에 대해 한국투신 임직원들은 초기에는 거부하는
몸짓을 보였다.
설립 때부터 계속 이어진 "낙하산"이 또하나 늘었다는 인식 때문에 그가
주창한 "화학적 참여"는 메아리없이 겉돌았다.
지난해 2월 "신세기투자신탁"을 억지로 떠앉자 직원들의 불만은 더
높아졌다.
투신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변 사장의 "공익" 우선원칙에 대해
임직원들은 회사의 존립기반마저 무너트릴 수있다며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변 사장의 마음고생이 끝난 것은 지난해말.
지난해 9월부터 과감한 주식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얻고 나서부터였다.
증시의 앞날을 좋게 본 그는 임직원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주식투자
를 늘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한마디로 일축하고서.
행운의 여신은 변 사장 편이었다.
9월에 산 주식을 12월에 매각해 2천억원가량의 이익을 냈다.
"변혁기에는 개별기업의 손익보다는 국가신인도와 거시지표 및 수급관계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변 사장의 "주식관"의 승리였다.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좀 오래된 일이긴 하나 97년1월 한국투신이 증자를 할 때 변 사장이
퇴직금을 털어 2만주를 청약한 것도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기여했다.
"낙하산" 타고 내려 왔으니 잠시 머물다가겠지 하고 생각하는 종업원들에게
앞장서서 "주인의식"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술권하는 임직원들이 줄어들어 기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사장의 건강이 회사발전에 꼭 필요하다"며 술자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실사구시"의 인생관을 갖고 있다.
경영철학은 근본이 바로서야 모든일이 잘된다는 "본립이도생"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라는 "현장주의"다.
주식운용철학은 "펀드매니저가 사심을 가지면 주식을 제대로 볼 수 없다"로
표현된다.
승부욕이 강한 변사장은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바이코리아펀드"에 대해서도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올해중 주식형수익증권을 10조원으로 확충한다"는게 그것이다.
"바이코리아가 현대계열.관련사의 협력과 엄청난 광고를 통해 눈부신 확장
을 계속하고 있으나 실속으로는 한국투신의 10조원이 더 값어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신은 올해 4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지금처럼 활황을 지속하면 6천억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자본잠식(5천8백억원)을 일시에 떨구고 경영정상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변사장의 리더십이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한국투신 임직원들은
믿고 있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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