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공습으로 코소보 사태가
중국과 미국의 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반미시위는 조직화 양상을 보이며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나토는 그러나 유고공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사관 폭격의 진상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 중국의 반미시위 =중국 대학생 및 시민들은 9일 베이징(북경) 청두
(성도) 상하이(상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틀째 반미시위를 벌였다.

베이징에서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 나토 지도자들의 사과에도 불구
하고 지난 89년 텐안먼(천안문) 민주화시위이후 가장 큰 규모인 10만명에
달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미국 대사관 주위에서 반미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또 청두의 미국 영사관을 방화하고 상하이 광조우(광주) 등의 나토
회원국 영사관에 돌과 계란을 던졌다.

신화통신은 항의시위가 "잘 조직되고 전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정부 움직임 =중국은 대사관폭격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단을
9일 베오그라드로 급파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나토는 무고한 백성들을 살상하고 중국
대사관까지 공격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토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며
중국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관들은 "중국인들의 반미감정이 극에 달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같은 국민정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의 배경에는 WTO 협상과정에서 무리한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도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 미국의 대응 =미국과 나토는 대사관 폭격에 대해 "비극적인 실수"라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유고공습은 계속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 관리들이 이 폭격을 "야만적"이라고 비난한데
대해 "야만적인 것이 아니라 사고였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이날 베이징대사관 등 4개의 외교공관을 잠정 폐쇄키로 했다.

나토는 중국 대사관폭격 사건이후에도 2차례에 걸쳐 유고남부 니스 중심부
교량을 폭격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영사관 건물도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 사태 파장 =중국 대사관 피폭 사건으로 코소보사태는 중대국면을 맞게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소보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시각과 평화적 해결이 앞당겨지게 됐다는 정반대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나토가 공습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반 서방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적 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평화 협상이 급류를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아시아에서의 미국-중국간 파워게임을 불러올 수
있어 한반도 정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