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해외출장길에 나서면 도로에 다니는
국산차를 하나둘 헤아려보는 버릇이 생긴다.

객지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를 만난다는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어서다.

그러나 시드니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선 그 버릇이 발동하질 않았다.

너무 많아서다.

승용차 10대당 1대 꼴은 됨직 싶다.

엑센트(현지명 엑셀) 쏘나타 스포티지 라노스 등 가짓수도 다양한 국산차가
쟁쟁한 해외 메이커의 차종과 섞여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호주 승용차시장에서 한국차의 시장 점유율은 14%.

지난해 팔린 58만4천3백60대의 승용차 가운데 한국산이 8만1천62대이다.

"한국은 가장 많은 자동차를 호주에 수출하는 나라지요. 그 가운데서도
현대는 단연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드니 홈부시베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호주대리점 본사(HADA) 더그
크로커 사장은 현대차의 위상을 상세히 설명한다.

현대는 수입차 시장 1위 업체이자 현지 생산업체를 포함해도 5위.

날고 뛴다는 일본 메이커도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도요타와 미쓰비시
를 제외하곤 닛산 마쓰다 혼다 스바루 다이하쓰 스즈키 모두 판매실적이
현대보다 못하다.

6위를 달리는 닛산의 지난해 판매량이 2만3천39대에 불과하니 5만7천2백19대
를 판매한 현대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특히 엑센트의 선전은 눈부시다.

엑센트는 소형차 시장 1위.

현지 생산차를 다 합쳐서도 그렇다.

소형차뿐만 아니라 대형차까지 모두 포함해도 3위에 올라있다.

51개 브랜드, 9백61개 모델 가운데 세손가락안에 든다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엑센트의 가격이 좋은게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호주 시장에선 가격만으론
통하질 않습니다. 엔진의 파워가 좋은데다 디자인도 호주인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진게 성공 비결이지요"

10여년전 이민을 와 "주빌리현대"라는 딜러에서 세일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권태육씨의 평가다.

"호주 시장에서는 엔진의 파워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또 4륜 구동차 등
MPV(다목적 차량)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크로커 사장)

HADA는 따라서 곧 그랜저XG를 들여다 중형차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생각
이다.

또 개발중인 지프형자동차 "싼타페(개발명 SM)"와 미니밴 "FO(개발명)"도
내년 중반께 투입해 전방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현지 메이커를 앞지르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대우자동차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지난해 2만9천79대를 팔았다.

30%나 늘어난 것이다.

신차구입후 3년간 매 1만5천km를 달릴때마다 무상정비서비스를 해주는 등
다양한 애프터서비스 프로그램을 마련한 덕분이다.

올해 판매목표는 2만8천대.

현대에 이은 수입차 2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기아는 한동안 회사가 어려웠던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올해는 바짝
고삐를 틀어잡는다는 계획이다.

포드 브랜드로 팔리는 아벨라를 포함하면 올해 판매목표는 2만6천2백대.

작년보다 12.2% 늘어나는 것이다.

HADA 애프터서비스 담당 봅 모스 부장은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다해도
지금의 이미지를 철저한 사후 고객 관리로 더욱 강화해 나간다면 전체 시장
1위는 결코 꿈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시드니=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