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미국 노동부는 오랜 생산성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공식 발표문
을 내놓았다.

정부의 생산성 통계가 실상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
이었다.

미 경제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요소 투입량에 대한 산출량의 비율로 정의
되는 생산성의 정부 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60년대까지 3%를 웃돌았던 미국의 생산성이 70년대
이후 1%대로 추락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들 수치는 노동부가 그간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반영
하지 못한 결과라는 얘기다.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확산 등 일련의 정보 기술(IT)혁명이 산업 전반의
산출을 늘리는데 기여한 무형의 효과가 간과됐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혁명이 본격화된 96년 이후 공인 생산성이 2%대를 회복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경제의 고성장 행진과 증시 활황 등의 요인을 설명하기
에는 여전히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팽배했다.

예컨대 금융부문의 경우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의 생산성이 20여년전
수준과 엇비슷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일선 금융기관들이 인터넷 도입 이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생산성
향상 효과는 한마디로 상전벽해다.

수십개의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신디케이티드 론의 경우 예전에는 주간사
은행이 수백페이지의 관련 서류를 직접 작성해서 일일이 돌려야 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도입된 이후에는 모든 것을 웹 사이트에 띄우면 그 뿐이다.

이로 인한 생산성 효과만도 25%는 된다는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MIT의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 등은 단순한 투입 산출 비율의 재래 공식
으로는 IT 혁명에 따른 스피드 및 품질 향상, 고객 서비스 개선과 신제품
개발 사이클의 단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적 생산성 향상 효과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IT 혁명은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 뿐아니라 산업 전반의 효율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다.

예컨대 전세계 기업간의 인터넷 상거래 규모는 작년의 4백80억달러에서
4년뒤인 2003년에는 1조5천억달러로 30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
(포레스터리서치사)가 나와 있다.

같은 기간중 인터넷을 통한 소매 시장 규모도 39억달러에서 1천80억달러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IT 혁명에 의한 산업 전반의 효율 및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최근
미국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경제의 숨은 원동력이라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고성장과 저물가의 평화적 공존 을 가능케 한 비결이 바로 IT 효과라는
얘기다.

IT 파워는 생산성의 개념을 뒤바꾼데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증시에서까지도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관련 주식들의 주가 적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너럴모터스, 제너럴일렉트릭, IBM 등 기존 우량 대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
(PER)이 30배 안팎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아메리카온라인(AOL)은 PER가
7백배를 웃도는 등 인터넷 주식들의 과열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계 일각에서는 PER의 개념도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PER는 흔히 해당 기업의 연간 세후이익(E)에 대한 주가(P)의 비율로 산출
된다.

그러나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이익이 급신장하고 있는 만큼
특정 기간의 세후 이익을 갖고 PER를 산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생산성, PER 등 경제 현상의 단면을 재는 전통적 지표들을 하나같이 정체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IT 혁명.

정보화는 미국의 신경제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이자 세계 경제 전반에 일고
있는 변혁의 키워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