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의 '인생 10년, 문학 10년' .. '따뜻한 집'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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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박상우(41)씨가 가족소설 "따뜻한 집"(샘터)과
장편 "청춘의 동쪽"(해냄)을 한꺼번에 펴냈다.
두 권 모두 등단 10년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은 그의 문학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따뜻한 집"은 가족의 소중함을 웃음과 감동으로 엮어낸 연작.
바퀴벌레가 몰려드는 단칸방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지난 88년 소설가로 데뷔한 뒤 강원도 산골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무작정
상경하던 일, 연탄 살 돈이 없어 속만 태우던 산동네 시절, 아이 백일 날
잔칫상을 차리지 못해 혼자 울음을 삼키던 아내, 반년이 지나도록 원고청탁
하나 없던 무명작가의 설움...
등단 이듬해 태어난 아들 정호와 관련된 얘기도 많다.
밤늦게 윗목에서 글을 쓰다가 아이에게 덤벼드는 바퀴벌레를 소탕하기 위해
야간전투를 벌이던 일화, 세살 때 예쁜 "애인"을 데려와 엄마 아빠를 흐뭇하
게 하던 "아들의 첫사랑"등이 아릿하게 펼쳐진다.
녀석이 고열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사건"도 눈에 잡힐 듯하다.
이리뛰고 저리뛰다 간신히 대학병원에 도착한 부부는 코에 링거줄을 꽂고
누워있는 아이 곁에서 피를 말린다.
다음날 오후 기적처럼 회복된 애가 "아빠, 나 쌕쌕이 마시고 싶어"라고
말문을 열자 아빠는 어린 놈을 휠체어에 태우고 복도로 나선다.
그러자 녀석이 두 눈을 빛내며 언제 아팠냐는 듯 한마디 한다.
"아빠, 막 씽씽 달려"
부부가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휠체어를 밀며 병원복도를 뛰어다니는 대목은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일곱살된 아들에게 보내는 미완의 편지와 작품이 막힐 때마다 짐을 싸들고
나가 집을 비운데 대한 미안한 마음, 10년 넘도록 말없이 어려움을 견뎌준
아내와 아이를 위해 지난해 일주일간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연도 가슴 뭉클하
게 다가온다.
그에게 집은 사랑이 넘치는 온기의 산실이자 끊임없이 희망을 뿜어올리는
생명의 성소다.
그는 따뜻한 "영혼의 거처"로부터 걸어나와 우리사회의 메마른 대지에 가족
사랑이라는 밀알을 떨군다.
인세도 소년소녀가장돕기 후원금으로 쓰기로 했다.
"따뜻한 집"이 가장으로서의 10년 세월을 결산하는 것이라면 장편 "청춘의
동쪽"은 작가생활 10년을 결산하는 작품이다.
81년 여름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걸어나오다 "난생 처음 전율과 같은 영감에
사로잡혀" 구상했다는 젊은 날의 비망록.
졸업후 입대영장을 기다리던 그는 당시의 개기일식 현상과 시대상황, 자신의
꿈을 한 데 버무려 17년간 발효시킨 뒤에야 내놓았다.
가장 먼저 잉태됐으면서도 제일 나중 태어난 늦둥이인 셈이다.
일식이 있던 날, 세상과 단절된 채 고뇌하던 한 친구가 공수부대원을 살해
하고 자살하는 과정이 큰 줄거리.
작가는 주인공의 "실패한 청춘"을 알레고리 기법으로 그리면서 현실의 폭력
성과 개인의 내면을 함께 대비시킨다.
그렇다고 80년대의 후일담 소설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의 진실은 변하지 않죠. 그래서 특정 연대와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보편성을 얘기하려 한 거죠"
이제 그는 폭양이 쏟아지던 그 여름의 비포장도로와 결별하려고 한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는 그가 다음 세기를 향해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일자 ).
장편 "청춘의 동쪽"(해냄)을 한꺼번에 펴냈다.
두 권 모두 등단 10년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은 그의 문학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따뜻한 집"은 가족의 소중함을 웃음과 감동으로 엮어낸 연작.
바퀴벌레가 몰려드는 단칸방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지난 88년 소설가로 데뷔한 뒤 강원도 산골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무작정
상경하던 일, 연탄 살 돈이 없어 속만 태우던 산동네 시절, 아이 백일 날
잔칫상을 차리지 못해 혼자 울음을 삼키던 아내, 반년이 지나도록 원고청탁
하나 없던 무명작가의 설움...
등단 이듬해 태어난 아들 정호와 관련된 얘기도 많다.
밤늦게 윗목에서 글을 쓰다가 아이에게 덤벼드는 바퀴벌레를 소탕하기 위해
야간전투를 벌이던 일화, 세살 때 예쁜 "애인"을 데려와 엄마 아빠를 흐뭇하
게 하던 "아들의 첫사랑"등이 아릿하게 펼쳐진다.
녀석이 고열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사건"도 눈에 잡힐 듯하다.
이리뛰고 저리뛰다 간신히 대학병원에 도착한 부부는 코에 링거줄을 꽂고
누워있는 아이 곁에서 피를 말린다.
다음날 오후 기적처럼 회복된 애가 "아빠, 나 쌕쌕이 마시고 싶어"라고
말문을 열자 아빠는 어린 놈을 휠체어에 태우고 복도로 나선다.
그러자 녀석이 두 눈을 빛내며 언제 아팠냐는 듯 한마디 한다.
"아빠, 막 씽씽 달려"
부부가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휠체어를 밀며 병원복도를 뛰어다니는 대목은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일곱살된 아들에게 보내는 미완의 편지와 작품이 막힐 때마다 짐을 싸들고
나가 집을 비운데 대한 미안한 마음, 10년 넘도록 말없이 어려움을 견뎌준
아내와 아이를 위해 지난해 일주일간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연도 가슴 뭉클하
게 다가온다.
그에게 집은 사랑이 넘치는 온기의 산실이자 끊임없이 희망을 뿜어올리는
생명의 성소다.
그는 따뜻한 "영혼의 거처"로부터 걸어나와 우리사회의 메마른 대지에 가족
사랑이라는 밀알을 떨군다.
인세도 소년소녀가장돕기 후원금으로 쓰기로 했다.
"따뜻한 집"이 가장으로서의 10년 세월을 결산하는 것이라면 장편 "청춘의
동쪽"은 작가생활 10년을 결산하는 작품이다.
81년 여름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걸어나오다 "난생 처음 전율과 같은 영감에
사로잡혀" 구상했다는 젊은 날의 비망록.
졸업후 입대영장을 기다리던 그는 당시의 개기일식 현상과 시대상황, 자신의
꿈을 한 데 버무려 17년간 발효시킨 뒤에야 내놓았다.
가장 먼저 잉태됐으면서도 제일 나중 태어난 늦둥이인 셈이다.
일식이 있던 날, 세상과 단절된 채 고뇌하던 한 친구가 공수부대원을 살해
하고 자살하는 과정이 큰 줄거리.
작가는 주인공의 "실패한 청춘"을 알레고리 기법으로 그리면서 현실의 폭력
성과 개인의 내면을 함께 대비시킨다.
그렇다고 80년대의 후일담 소설은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의 진실은 변하지 않죠. 그래서 특정 연대와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보편성을 얘기하려 한 거죠"
이제 그는 폭양이 쏟아지던 그 여름의 비포장도로와 결별하려고 한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는 그가 다음 세기를 향해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