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규모 증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6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었고 지금까지 43조5천억원을 투입
했다.

금융기관의 부실이 예상보다 깊고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규모증가
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도 증액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이래저래 국민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
이다.

증액요인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동은행 등 5개 퇴출된 은행처리에들어간 공적자금은 당초 계획
(8조7천억원정도)보다 1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예상치 못한 대한생명의 부실도 규모증가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5개 부실 생명보험사 처리에도 적잖은 돈이 필요하게 됐다.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은행부실증가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은행권이 부실을 더 안게 됐기 때문이다.

종합금융회사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 정리에 따른 지급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책정한 공적자금 투입규모는 처음부터 확정수치가 아니었다.

정부는 작년 3월말현재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1백18조로 추정하고 공적
자금을 산정했다.

이에 비해 세계은행은 부실채권규모를 126조에서 168조(GDP의 30-40%)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실채권 파악에서부터 다른 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IBRD는 3개월 이상 연체된 자산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도 비슷한 기준을 사용했으나 느슨하게 봤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부실채권규모가 늘고 있다.

해외매각을 앞둔 제일은행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제일은행의 자산초과 부채규모를 처음에 4조원 정도로 봤다.

그러나 자산실사가 진행되면서 2조원 정도 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5조2천억원을 쏟아부은 한빛은행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인 한빛은행은 기존의 정부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한빛은행이 한국의 선도은행역할을 하려면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은행과 보험사의 해외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공적자금투입은 걷잡을수 없이 늘게 된다.

이는 국민부담으로 전가된다.

정부는 이를 의식, 성업공사가 금융기관에서 사들인 부실채권을 서둘러 팔
계획이다.

또 부실금융기관 경영진과 주주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구상권
등을 철저하게 행사할 예정이다.

합병은행 등에 증자지원용으로 넣은 돈(정부지분)은 은행의 상황이 좋아진
후 주식을 팔아 회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증시상황등 여건변화에 따라 회수작업은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주장했지만 세계은행 보고서 등을
감안할때 추가재원마련이 더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은이 추정한적정한 공적자금 투입규모 88조-1백14조원은 국민 한사람당
(98년4천6백만명 기준) 1백90만-2백40만원꼴에 해당된다.

국민들만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