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을 해치는 벌레를 잡는 데 농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해충을 잡아 먹는 천적을 길러 파는 기술이 속속 개발돼 국내에서도 곧
산업화될 전망이다.

전남 장성군 남면의 영농법인 한마음공동체(대표 남상도 목사)는 딸기
등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어 고사시키는 응애를 잡아먹는 칠레이리응애를
배양하는 시설을 짓고 있다.

한마음공동체는 하반기중에 공장을 완공, 칠레이리응애를 대량으로 길러
유기농사를 짓는 농가에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천적을 산업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마음공동체는 이를위해 농림부로부터 2억5천만원의 자금지원도 받았다.

장성군도 천적산업의 사업성에 공감, 남면 일대를 첨단 농업시설 단지로
육성하기로 하고 필요한 자금 2백50억원을 산업자원부에 요청해 놓았다.

한마음공동체 김일환 팀장은 "천적을 이용할 경우 방제비용이 절반정도
밖에 들지않아 경제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해로운 농약으로부터 소비자와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대량배양이 되는대로 중국에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천적배양기술은 농업진흥청산하 농업과학기술원에서 집중개발하고 있다.

이미 개발돼 시험적으로 농가에 보급중이거나 개발중에 있는 천적이 10여
종이다.

응애를 잡아먹는 칠레이리응애 배양기술은 이미 한마음공동체에 넘겨
주었다.

온실가루이를 잡아먹는 온실가루이좀벌, 진딧물의 천적인 진디벌, 총채
벌레를 먹어치우는 애꽃노린재 등도 길러내 농가에 배양기술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또 포식응애류 풀잠자리 기생파리류 무당벌레 영충알벌 등 해충을 잘 먹는
곤충도 인공배양을 진행중이다.

농업과학기술원의 한만위 박사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선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길러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며 "무공해 농산물 등
우리 체질에 맞는 신선물을 길러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
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에선 천적이용 기술이 상당히 발전돼 조만간 우리 풍토에
맞지도 않는 천적을 수입해 써야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더 골치아픈 환경파괴범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에서는 천적산업이 농업분야의 벤처산업으로
각광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미 각종 천적을 상품화해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95개의 천적개발 벤처기업이 생겨나
1백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 현재 천적시장이 전체 농약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천적시장은 급속하게 확장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전체 농약시장(연간 7천억원 규모)의 10%인 7백억원 규모는
멀지않아 천적상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 고현관 연구관은 "천적산업은 국민건강과 농산물 시장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