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탈(국보 121호.국립중앙박물관소장)은 한국인의 골격과 용모를
잘 표현한 가장 한국적인 모습의 탈이다.

모두 11개 종류인 이 탈들은 봉건시대 신분과 직업에 맞는 얼굴을 하고
있다.

부네(과부)의 탈은 이마가 비뚤어져 있으며 이매(하인)탈은 눈썹이 축 처져
있다.

선비나 중 백정 각시 할미 초랭이등도 그 분위기와 너무나 잘 맞는다.

양반탈은 양반의 여유와 허풍이 배어 있다.

탈놀이를 할 때 양반이 기분이 좋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크게 웃는 동작을
취하면 이때 탈은 윗얼굴과 아래턱이 크게 벌어진다.

고개를 숙이면 반대로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탁 붙으면서 노한 표정이
나온다.

증명사진처럼 고정된 표정이 아니라 찡그리거나 웃는 데 하회탈의 생명력이
있다.

이 특징은 움직일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하회사람들은 지금도 하회탈을 신령스러운 것이라고 믿고 있다.

탈이 탈로서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유기체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회탈의 정확한 제작시기나 제작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고려중엽 하회리에 살았던 허도령이 신탁을 받아 제작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하회마을에서는 10년에 한번, 또는 신탁에 따라 임시로 거행되는 별신굿
놀이에 이 탈들을 사용했다.

지금도 매년 정월 보름과 사월초파일에 행하는 동제에도 이탈들을 신체로
모시기도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