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프로] (82) 제5부 : <26> '국제중재 변호사'..오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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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재변호사.
천문학적인 액수를 놓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 기업간 분쟁의 해결사들
이다.
말쑥한 외모에 세련된 매너.
"국제"라는 말에서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오용석 변호사(48).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지 올해로 19년째를 맞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의 첫 인상은 일반의 선입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선 사무실 분위기부터 그렇다.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빌딩 9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들어서면 벽에
걸려있는 한점의 그림이 시선을 잡는다.
민중화가 이종구 화백이 정부미 포대에 그린 "농부 모내기"란 제목의 그림.
모내기 끝내고 해질녘 들녁을 바라보는 농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외모와 어눌한 말씨도 결코
세련된 것은 아니다.
오 변호사도 스스럼 없이 자신을 "촌놈"이라고 부른다.
"저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요 한국의 변호사"라는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결국 우리 기업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몸을 던져 싸울 사람
은 한국 변호사밖에 없습니다"
동료 변호사들이 그를 가리켜 "가장 한국적인 국제 변호사"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가 맡은 30여건의 국제기업 분쟁중 대부분은 한국 기업을 대리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주)일화 대 크루프 사건.
일화는 지난 89년 독일의 세계적인 기계설비 회사인 크루프로부터 내열
PET병 제조 설비를 주문 제작받았다.
그러나 설비 하자로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다가 4년뒤인 지난 93년
태평양에 사건을 의뢰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늦었다는 점.
일화와 크루프는 당초 하자 보수기간을 설비 인도후 12개월로 못박아
두었다.
일화의 권리주장은 무리며 크루프가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대목에서 오변호사를 팀장으로 해 서동우, 한이봉, 마이클 헤이 변호사
로 구성된 태평양 국제중재팀은 기발한 법논리를 개발해 냈다.
일화는 크루프가 이미 만들어 놓은 설비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주문 제작을
통해 사들였던 만큼 이는 단순한 물품 매매계약이 아니라 일종의 도급계약
으로 봐야 한다는 것.
따라서 크루프는 일화에게 하자있는 제품을 판매한 책임이 아니라 제작공급
(도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이같은 법논리를 바탕으로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공회의소
(ICC)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길이 보입니다"
오 변호사는 중재 사건을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법논리만으론 부족하다는 의미에서다.
중재 사건은 양측 기업의 변호사가 지정하는 중재인과 중재 위원장 등
3인의 협의에 의해 해결되는 만큼 누구를 중재인으로 선정하느냐는 "용인술"
이 또하나의 관건이다.
"사람을 널리 사귀기 보다는 깊게 사귄다"는 그의 인간관계는 이런 측면
에서 큰 장점이다.
오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하버드 로스쿨 졸업후 뉴욕주 변호사로 일할 당시
사귄 유규홍 변호사를 중재인으로 내세웠다.
오 변호사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유변호사는 중재 위원장의 술동무까지
돼가며 최선을 다한 끝에 국제 상거래에 한국의 법이론을 적용시키는 어려움
을 극복하고 1백% 승소할 수 있었다.
그의 변호사관은 자신의 캐리어만큼이나 "우리"를 지향하는 것이다.
"국경없는 경제전쟁에서 한국로펌의 국제경쟁력 없이는 한국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 변호사들의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법률
시장에 진출하는 세계적 규모의 로펌을 키워야 합니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문태고등학교를 나와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 천용택
국방부 장관과 고교 동문간이다.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최초의 국제변호사라는 점도 그의 특이한 이력중
하나.
지난 2년동안 단 하루도 휴가를 가지 못할 정도로 일벌레인 그는 올해부터
국내 정상급 로펌인 태평양의 사장격인 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있다.
"젊은 변호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일도 제대로 되고 로펌의 미래도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제가 앞장서 휴가를 꼭 갈 겁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김정호 채자영 강현철 이익원 권영설 이심기(산업1부)
노혜령(산업2부) 김문권(사회1부) 육동인(사회2부)
윤성민(유통부) 김태철(증권부) 류성(정보통신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
천문학적인 액수를 놓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 기업간 분쟁의 해결사들
이다.
말쑥한 외모에 세련된 매너.
"국제"라는 말에서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오용석 변호사(48).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지 올해로 19년째를 맞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의 첫 인상은 일반의 선입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선 사무실 분위기부터 그렇다.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빌딩 9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들어서면 벽에
걸려있는 한점의 그림이 시선을 잡는다.
민중화가 이종구 화백이 정부미 포대에 그린 "농부 모내기"란 제목의 그림.
모내기 끝내고 해질녘 들녁을 바라보는 농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외모와 어눌한 말씨도 결코
세련된 것은 아니다.
오 변호사도 스스럼 없이 자신을 "촌놈"이라고 부른다.
"저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요 한국의 변호사"라는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결국 우리 기업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몸을 던져 싸울 사람
은 한국 변호사밖에 없습니다"
동료 변호사들이 그를 가리켜 "가장 한국적인 국제 변호사"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가 맡은 30여건의 국제기업 분쟁중 대부분은 한국 기업을 대리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주)일화 대 크루프 사건.
일화는 지난 89년 독일의 세계적인 기계설비 회사인 크루프로부터 내열
PET병 제조 설비를 주문 제작받았다.
그러나 설비 하자로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다가 4년뒤인 지난 93년
태평양에 사건을 의뢰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늦었다는 점.
일화와 크루프는 당초 하자 보수기간을 설비 인도후 12개월로 못박아
두었다.
일화의 권리주장은 무리며 크루프가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대목에서 오변호사를 팀장으로 해 서동우, 한이봉, 마이클 헤이 변호사
로 구성된 태평양 국제중재팀은 기발한 법논리를 개발해 냈다.
일화는 크루프가 이미 만들어 놓은 설비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주문 제작을
통해 사들였던 만큼 이는 단순한 물품 매매계약이 아니라 일종의 도급계약
으로 봐야 한다는 것.
따라서 크루프는 일화에게 하자있는 제품을 판매한 책임이 아니라 제작공급
(도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이같은 법논리를 바탕으로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공회의소
(ICC)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길이 보입니다"
오 변호사는 중재 사건을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법논리만으론 부족하다는 의미에서다.
중재 사건은 양측 기업의 변호사가 지정하는 중재인과 중재 위원장 등
3인의 협의에 의해 해결되는 만큼 누구를 중재인으로 선정하느냐는 "용인술"
이 또하나의 관건이다.
"사람을 널리 사귀기 보다는 깊게 사귄다"는 그의 인간관계는 이런 측면
에서 큰 장점이다.
오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하버드 로스쿨 졸업후 뉴욕주 변호사로 일할 당시
사귄 유규홍 변호사를 중재인으로 내세웠다.
오 변호사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유변호사는 중재 위원장의 술동무까지
돼가며 최선을 다한 끝에 국제 상거래에 한국의 법이론을 적용시키는 어려움
을 극복하고 1백% 승소할 수 있었다.
그의 변호사관은 자신의 캐리어만큼이나 "우리"를 지향하는 것이다.
"국경없는 경제전쟁에서 한국로펌의 국제경쟁력 없이는 한국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 변호사들의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법률
시장에 진출하는 세계적 규모의 로펌을 키워야 합니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문태고등학교를 나와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 천용택
국방부 장관과 고교 동문간이다.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최초의 국제변호사라는 점도 그의 특이한 이력중
하나.
지난 2년동안 단 하루도 휴가를 가지 못할 정도로 일벌레인 그는 올해부터
국내 정상급 로펌인 태평양의 사장격인 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있다.
"젊은 변호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일도 제대로 되고 로펌의 미래도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제가 앞장서 휴가를 꼭 갈 겁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김정호 채자영 강현철 이익원 권영설 이심기(산업1부)
노혜령(산업2부) 김문권(사회1부) 육동인(사회2부)
윤성민(유통부) 김태철(증권부) 류성(정보통신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