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르의 시도는 어려운 작업이다.

재료와 기법,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의 사고와 틀을 깨고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화단에도 젊은 화가들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13회 선미술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임효(44)씨도 그러한 변신을 꾀하는
화가중의 한사람이다.

수묵화를 줄곧 그리던 그는 지난 80년대 후반이후 기의 표출에 관심을
쏟더니 최근에는 도판부조쪽으로 작업기법의 방향을 틀었다.

도판부조기법은 종이죽(한지)을 화선지에 겹겹이 덧붙이며 여러번 색칠을
하는 기법.

메주로 장을 담그는 과정과 흡사하다.

종이죽을 여러번 우려내 덧붙이는 작업이란 점 뿐 아니라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종이죽을 덧붙일 때는 제 색깔이 우러날 때까지 말리는 작업을 5~6차례
반복한다.

종이죽을 몇번이나 덧붙이느냐에 따라 밝고 어두움의 명암도 달라진다.

그만큼 정성을 많이 쏟을 때 제 맛이 나는 힘든 작업이다.

그의 작품제작 과정은 그린다기보다는 "온몸으로 만든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싶다.

오는 30일부터 5월9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선미술상 수상기념
전시회에는 이처럼 정성과 혼이 깃든 작품 23점이 선보인다.

전북 정읍의 시골출신답게 서정적인 이미지가 묻어난 작품들이다.

소재도 주로 산 꽃 나무 정자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2천호짜리 대작 "해는 져서"는 어머니와 고향생각을 샘솟게 하는 묘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 작품의 소재로 삼은 초생달은 가슴을 아리게 하면서 고향과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상한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받은 선미술상은 젊은 작가들을 격려하고 후원한다는 취지에서
선화랑이 지난84년 제정한 상이다.

(02)734-0458,5839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