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는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사태로 회복되가던 경제가
다시 꼬이고 있다.

파업으로 공기업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필연적으로 공공요금이 오르고
이는 민간기업들의 코스트 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재연된다는 얘기다.

또 <>공기업의 파업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돼 노사불안이 전국화되고 <>대외
신인도에도 치명타를 안겨 모처럼 형성된 외국인투자 유치의 기반이 붕괴되
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중 공기업구조개혁이 늦어지는게 가장 큰 문제다.

경제계는 공기업 개혁을 위해 정부가 단안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스스로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개혁은 정부가 앞장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퇴출당하게 된 근로자 입장에선 구조조정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당장 퇴출을 모면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공기업의 부실은 경제 전체의 인플레를 초래해 결국 공멸하는 길밖에 없다.

이미 외환위기 이전에 그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물가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재경부 국민생활국 관계자는 "공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인상요인을 안고 있는 공공요금을 더이상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미 공기업들은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고속도로요금 30% <>시내전화요금 60원 <>전기료 12% 등이 그렇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인상요인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이들 공공요금은 기업들의 생산비용에 곧바로 반영되는 항목들이다.

민간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는 얘기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공공부문 파업이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민간기업 노조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문제를 쟁점화하고 있어 어렵사리
성사된 재계의 빅딜합의에 최대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은 해외매각 방침에 반대해 이미 지난 19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전자에 인수되는 LG반도체의 근로자 비상대책위도 현대가 밝힌 고용
승계가 아닌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총파업 불사를 외치고 있다.

이와함께 민주노총은 27일로 예정된 금속연맹 파업에 한국중공업과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등 철도차량 제작사와 현대그룹 구조조정 관련사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무금융노련도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연대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
한 상태다.

이처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이 확산되자 외국기업들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노골적으로 꺼리는 눈치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한국에서의 철수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한국
재계 관계자들에게 내비치고 있다.

특히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은
최근의 지하철 파업사태와 관련, 한국 담당 분석가들이 노사관계 동향을
점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투자조사를 위해 방문한 외국인 투자자들
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문제가 노사관계"라며 이번 사태로 외국인들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