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프루덴셜 CBS 등 미국 대기업들 사이에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옥 매각 붐이 일고 있다.

듀폰이 지난 2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본사 사옥을 7천만달러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간판 생명보험회사인 프루덴셜과 CBS방송도 최근 사옥 매각
대열에 동참했다.

세계적 잡지회사인 리더스 다이제스트도 2월에 런던 사옥을 9천6백만달러에
팔아 치웠다.

지난 19일에는 화학제품업체인 PPG 인더스트리즈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에 있는 본사 빌딩을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사옥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장기 임대를 보장받는
"세일 앤드 리스백(SLB)" 기법을 이용하고 있어 업무의 연속성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이처럼 사옥 매각에 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은 부동산
보유가 기업 회계에 오히려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최근의 추세 때문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 펀드 매니저들은 최근 투자대상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부채비율과
자산수익비율 등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금성이 떨어지는 사옥 등 부동산의 불필요한 보유가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기업들이 신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은행 차입이나 증권 발행 대신에 사옥을 매각하는 제3방식을 부쩍 선호하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요즘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절정기를 맞고 있어 보유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데다 투자자들로부터 불필요한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고
주력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라는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한햇동안 미국의 사무용 빌딩 가격이 평균 10% 오르는 등
기업들이 제 값 을 받고 사옥을 처분할 호기를 맞고 있다.

빌딩을 매입하는 쪽에서도금리의 하향 안정세 덕에 자금부담이 크지 않아
기업들이 별 어려움없이 사옥을 처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널지는 언스트 앤드 영 회계법인의 로렌스 캐플런 부동산 분석팀장을
인용, 월가의 기업 분석 기관들은 기업에 대한 투자가치를 평가할 때
외형보다는 재무구조의 건실성을 더 따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사옥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낮출 경우 신용등급이 개선돼 금리 등 전반적인 금융비용을
개선하는 효과가 적지 않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도면밀한 전략이 없이 유행을 좇아 사옥을 매각했다가는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70년대 초반에도 미국 기업계에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의 세일 앤드 리스 백
이 붐을 이뤘지만 매각 대금을 부적절한 사업 다각화 등에 투자하는 바람에
돈만 날리고 만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옥 매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전략 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