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그를 버렸다. 그래도 그는 조국을 사랑했다"

한국 현대사의 시대적 모순을 온몸으로 겪어낸 화가 고암 이응노
(1904-1989).

고암이 타계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의 족적은 여전히 한국 화단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CTN 채널29는 21일 오후 6시30분 "고암 10주기 회고전
통일무" 전시회를 통해 가열찼던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04년 충남 홍성 태생.

일본 유학후인 1939년 조선총독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대표작가로 부상한후
55세의 나이로 프랑스로 건너가 31년동안 유럽무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늘상 새로운 조형적 실험을 추구했던 그는 60년대 문자추상화, 70년대
문자시리즈, 80년대 인간군상 연작 등을 선보인다.

그러나 조국은 그를 철저히 내쳤다.

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됐던 그는 당시 "걱정말고 귀국하라"는 당국의
약속을 믿고 입국했다가 김포공항에서 체포된 후 2년간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이후 파리로 되돌아가며 "정부가 사과하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조국에
가지 않겠다"던 고암.

결국 89년 1월10일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자신의 개인전
개막식을 30분 남긴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부인 박인경씨와 김복기(월간 미술편집장), 윤범모(미술
평론가)씨 등의 인터뷰를 통해 고암의 파란만장한 삶과 예술세계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본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