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준석 중소기업청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 앞으로 각각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발하는 H사의 여성경영인이 보낸 편지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도와준 중기청 공무원과 주택은행 관계자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며 "회사를 잘 키우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내용
이었다.

H사의 이모 사장은 지난 3월 한국통신으로부터 민간상업 DB 개발자금의
원리금을 갚으라는 독촉장을 받았다.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권을 실행하겠다는 경고가 담겼다.

눈앞이 아찔해졌다.

주거래은행인 축협을 찾아가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그녀는 "데드 라인"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을 때 양재.포이벤처지원센터에
긴급구조를 호소했다.

중기청 공무원인 최정헌 센터장은 주택은행 남부지역 여신심사센터의
김양환 센터장에게 연락했다.

이 회사의 기술개발능력이 뛰어나므로 지원해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H사를 찾은 김 센터장은 즉석에서 대출을 결정했다.

주택은행과는 한번도 거래하지 않았는데도 신용대출이 이뤄진 것.

금액은 4천만원으로 많지는 않지만 위기를 넘기기엔 충분했다.

필요한 서류도 사업자등록증 등 하루면 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최 센터장과 김 센터장의 공조체제로 신용대출을 받은 벤처기업은 인포피아
등 3개사가 더 있다.

한결같이 주택은행과는 거래실적이 없고 2~3일만에 대출을 받았다.

지난 3월 문을 연 여신심사센터의 김 센터장은 유망기업을 찾기 위해 최
소장에게 유망업체 소개를 부탁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발로 뛰며 유망기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신문에 보도된 신발업체인 카오스의 사연을 듣고 직접 찾아가 신용대출을
해준 것.

김 센터장은 "유망중소기업과 주거래 관계를 맺음으로써 많은 부수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과거 실적보다는 미래의 기업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