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어요, 섬섬옥수
공당비 되도록 길을 쓸며 걸어왔더니,
무서리
다음엔 된서리
다음엔 눈꽃 핍디다.

탄식할 틈도 없이,
별별 백발이 다 날아와 꽂히며
흰눈을 뜹디다

거울을 볼 때마다 삐죽삐죽
하얀 새싹 돋으니, 한라산
칼바람 찾아 깨끗이 자르고 오자!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을 기며,
백록담 올랐더니, 파란 한공에 나부끼던 은하까지
출렁 걸립디다.

은하에 머리 감고 까마귀를 날리며
아침 산을 내려갑니다

- "현대시" 4월호

[ 약력 ] 42년 경남 통영 출생.
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괄호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