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작년 구조조정실적이 부진한 5대그룹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해 법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채권단도 이에따라 제재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법적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5대그룹의 작년 구조조정실적을 지난달
마련된 평가기준에 따라 집계해 이행여부를 가렸다.

부채비율 계산은 재평가적립금을 뺐고 계열사정리는 지분매각대금의 결제
완료시점을 기준으로 했다.

또 청산 합병은 법적 절차가 완료된 경우에 한했고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
도 대금결제나 주금납입이 끝났을 때만 인정했다.

특히 주채권은행은 지난달 중순에야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라 세부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한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제재내용도 몰랐고 강화된 기준도 미처
알지 못한 5대그룹을 상대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법시비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작년 실적은 모두 부진했으나 올해 1분기
이행실적은 모두 합격판정을 받을 정도"라며 "작년 실적만을 문제삼아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좀더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고민"이라고 말해 최소한의
상징적 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채권단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주요채권단협의회에서 제재여부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금감원이 지난달 채권단에 제시한 세부제재방안에 따르면 5대그룹이
주채권은행과 맺은 8가지 분기별 이행목표중 한가지라도 70%에 미달하거나,
2개이상의 목표에서 70%를 넘더라도 1백%에 미달한 경우 제재를 가하게 된다.

제재는 두차례에 걸친 시정경고->무역금융을 제외한 신규여신중단->만기
여신회수->무역금융중단->채권보전조치및 워크아웃 등 6단계로 이뤄진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