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또?"

15일 저녁 대한항공 화물기가 중국 상하이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여객기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시민들에게 이미 종래와는 다른 모습으로 각인돼
버렸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15일 포항공항에서 활주로 사고로 70여명의 부상자를
낸지 31일만의 일이다.

97년 8월 괌공항에 착륙하다가 공항 근처 니미츠힐에서 추락해 2백29명이
사망한 이후 가장 큰 사건이기도 하다.

굳이 "사고 경력"을 따질 필요도 없을 정도다.

"왜 대한항공만 이러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한항공 측으로써는 사고원인이 밝혀지기도 전부터 "사고"와 "대한항공"을
연상지으려는 데 섭섭함이 없을 수 없다.

테러 가능성도 있고 기체 자체의 결함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공중에서 큰 폭발음이 난 뒤에 항공기가 추락했다.

잘게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진 잔해는 폭발의 정황적 뒷받침이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회사경영도 그렇지만 사고를 막기위한 노력도 다각적으로 펼쳤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대폭 정리했다.

물론 임금도 큰 폭으로 줄였다.

거액을 들여 미국 델타항공에 의뢰해 안전실태를 밑바닥부터 점검중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사고에 대한 "속죄"의 심정으로 "안전"을 다졌다는 게 한 직원의
설명이다.

분위기가 나쁘다는 지적에 따라 구조조정 때 내보낸 고참 승무원들도 다시
불러왔다.

화합 무드를 조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고는 또 났다.

동시에 그동안의 노력도 허사로 돌아가게 돼 버렸다.

설사 "폭발"로 확인되더라도 시민들의 시선을 돌리기는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대한항공에 "원점에서의 재출발"을 요구한다.

내.외부, 위.아래를 가리지 말고 바꿀 것이 있다면 완전하게 바꾸라는
주문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비는 "국적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한항공이 "환골탈태"를 했다지만 간간이 흘러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직원들 쪽에선 경영진을 바라보는 마뜩찮은 불평들이 여전하다.

구조조정이 밑에서만 이루어 졌다는 인식이다.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돼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위에서는 아직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힐난한다.

여전히 국내 최고, 최대의 항공사에 안주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일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올해를 "21세기 세계선도 항공사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이번 사고가 대한항공이 진정하게 원년으로 되돌아가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 김문권 사회부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