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연금 시대"는 파행으로 출발할 것 같다.

소득이 있다며 보험료를 내겠다고 자진신고한 사람이 절반도 안되는 데다
소득신고자 마저 소득을 터무니 없이 낮게 신고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월급봉투 속이 훤히 보이는" 봉급생활자들만 쥐어짜이게
생겼다.

이에따라 보건복지부는 과세자료 등을 총동원해 돈을 벌면서도 소득이
없다고 신고하지는 않았는지, 감추어 놓은 소득원은 없는지 등을 추적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력도 모자라고 공개된 자료도 불충분해 실제 소득을 제대로
파악해 낼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하면 가입자들의 저항만 일으킬 수도 있다.

결국 국민연금 확대는 한동안 잡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소득신고현황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집계한 신고자는 14일 현재까지
9백88만1천여명.

대상자의 97.4% 수준이다.

이중 적용제외자 1백13만3천여명을 뺀 실제 적용대상자는 8백74만8천여명
이었다.

이 가운데 월 22만원이상의 소득을 신고한 소득신고자는 44.3%인
3백87만4천여명이었다.

또 4백87만3천여명은 소득이 없어 연금보험료 납부유예를 신청했다.

결국 대상자 가운데 절반이하 만이 보험료를 내고 나머지는 연금만
받겠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전라남.북도와 충청북도의 대상자 전원이 신고를 마쳐 신고율
1백%를 달성했다.

반면 울산광역시는 신고율이 94.1%로 가장 낮았으며 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 4개 광역시의 신고율도 전국 평균인 97.4%에 미치지 못했다.

적용제외자를 뺀 실제 대상자중 소득신고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59.2%를 기록한 전라남도였다.

반면 울산광역시는 37.8%에 그쳐 IMF체제이후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던
지역적인 상황을 반영했다.

<> 문제점 =소득신고결과 소득신고자가 14일 현재 44.3%에 그쳐 "전국민
연금시대"라는 정부의 구호가 무색해졌다.

이는 IMF체제이후 실직자 명퇴자 불완전취업자 등 소득이 없는 사람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3백60여만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초 소득신고율을 국민연금관리공단은 60%이상, 보건복지부는 50%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이제 이런 추산은 주먹구구식였음이 확인됐다.

더군다나 상당수가 소득을 형편없이 낮게 신고햇다.

잠정집계한 결과 월평균 신고소득이 90만원 안팎에 그칠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입이 노출되는 직장가입자의 평균소득(1백42만원)과 비교해 50만원
이상 적은 수준이다.

모든 연금가입자의 소득평균을 기준으로 연금지급액의 절반을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득을 낮게 신고한 사람들 때문에 봉급생활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것은 물할 것도 없고 보험료 부담까지
늘어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소득을 낮춰 신고한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유리지갑"의 봉급생활자들이 도와주는 불합리한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개선대책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세청의 과세
자료를 적극 활용해 소득을 정밀조사하기로 했다.

과세자료와 신고내용을 대조해 소득이 있으면서 납부유예를 신청한 허위
신고자와 소득을 줄여 신고한 가입자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현재 1백10개인 직업분류를 1천1백40개로 쪼개 전문직 종사자들이
신고한 소득 내역의 타당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예를들어 현재의 법무관련 서비스직을 변호사 법무사 변리사 등으로 세분해
직업별 평균소득을 집계, 너무 낮게 신고돼 있을 경우 조정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납부유예자들에 대해선 공공근로요원을 동원, 일일이 방문해 소득을 신고해
줄 것을 권유하는 노력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따지기 어렵고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 당국의 의지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