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대됐던 외국인 투자는 소폭에 그치고 있다"(뉴욕타임스)

"한국 정부가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성사되는건 별로 없고 지금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인수합병 전문 변호사)

국내외에서 한국정부와 기업의 외자유치 의지와 노력이 부진하다고 우려
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부가 외국투자에 대한 장벽을 낮췄는데도 투자대상을 물색해온
외국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격도 맞지 않고 살 만한 물건은 해당 기업이 다시 들여 놓아 버린다는
지적이다.

심지어는 파는 척만 할뿐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최근들어 외자유치 협상이 깨지거나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일은행의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자동차의 GM 자본유치는 지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7억-8억달러 외자유치도 늦어지고 있다.

3월말로 잡혔던 고려합섬의 외자유치계획도 시한을 넘겼다.

한빛은행도 자회사인 한일투신운용매각을 계약 직전 원점으로 돌렸다.

10여개 골프장이 해외매각을 추진하다가 절반은 포기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경제불안에서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로
간주돼온 제일은행 매각계약이 틀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투자전문중개회사들은 일부 한국기업들이 경제회복과
증시호황을 계기로 팔려던 물건 값을 높게 부르거나 접어두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따라 이들은 한국에 대한 외자유치는 "사실상 중단상태"라고까지 지적
한다.

국민은행이 골드만삭스에서 5억달러를 들여오기로 하고 신한은행이 4억달러
어치의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했다.

이는 차입성 자금조달이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진성투자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진성투자다.

과잉시설을 확실하게 처분하거나 선진경영기업을 도입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경영하려는 투자가 늘어야만 한다.

6대이하 64대 계열은 주채권은행에 올해말까지 9천4백38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보고하고도 실제 이뤄진 것은 2%에 불과한 2백8억원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피크를 나타낸후 올들어선 규모가 줄고 있다.

1.4분기중 5억7천2백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의 2.5배에 달했으나 이중
상당부분은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제2의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외자유치가 가장 중요
하다"며 "재벌들의 구조조정의 의지가 약해지면서 외자유치 협상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업의 군살빼기를 촉구할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5대 재벌도 워크아웃대상이 될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외국투자가들과 정부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재계에선 할말이 많다.

외자유치가 물건 사고팔듯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가까이 협상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조급하게 팔려고 하면 가격만 떨어진다.

실제로 정부에서 언제까지 팔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자마자 외국인들
은 가격을 후려치기 시작한다는 게 이들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시한을 정하고 몰아치다보니까 협상력이 떨어져 제대로 협의를 할수
없다는게 기업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기업으로선 제값을 받고 물건을 파는게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외자유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도
국가신인도를 올리는데 필수적이다.

기업과 정부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난제를 풀어야할 할때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