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과 결혼패물을 판 돈 5천만원으로 창업했던 벤처기업인이
1천만달러(1백2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창업 8년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킬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동통신 부품업체인 KMW의 김덕용(42) 사장.

김 사장은 13일 수원 캐슬호텔에서 대만 굴지의 은행인 CDB측과 투자
조인식을 가졌다.

회사 지분 21%를 내주면서 1천만달러를 들여온 것.

이번 케이스는 투자기관에서 KMW의 기술력과 김 사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해 구체적인 자산실사를 거치지 않고 3개월만에 투자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신업체들의 투자감소로 KMW의 매출이 97년 4백69억원에서 지난해
3백21억원으로 급감했지만 CDB에서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해 당초 협상금액
(5백만달러)의 2배를 내준 것이다.

김 사장에게는 어려울 때마다 원군이 나타나곤 했다.

그가 결혼예물을 팔아 창업에 나선 것은 지난 91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대우통신연구소 삼성휴렛팩커드 등에서 9년간
근무한 경험이 재산이었다.

93년께 삼성전자로부터 이동통신 부품인 대역 여파기의 공급의뢰를 받고
개발에 성공했으나 이내 난관에 부딪혔다.

납품실적이 전무한데다 직원 3명의 영세 기업이란 이유로 삼성측에서
협력업체 선정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

그때 동생이 자신의 결혼 준비자금 8백만원을 김 사장에게 건넸다.

그 순간부터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제품 경진대회에 출품한 대역 여파기가 상공부장관상을 받으면서
그 기술이 언론에 보도되자 삼성전자가 조건부 협력업체로 등록해준 것.

이때 김 사장의 외삼촌이 운영자금으로 1억5천만원을 지원해주었다.

그는 힘을 얻어 연구개발에 진력, 이동통신 페이징 기지국용 스위치(RF5:4)
등 고난도 기술 제품들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김 사장이 남의 도움을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매출이 급신장하던 96년 무렵에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중 12.5%인 4만5천주
(당시 시가 70억원)의 주식을 사원복지 기금으로 내놓았다.

종업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미혼 직원들에게 기숙사, 15명의 러시아 기술자들
에게는 아파트를 마련해줬다.

김 사장은 이번에 도입하는 자금을 차세대 통신단말기인 IMT2000 및 WLL
(무선가입자망) 등 수출형 제품을 연구개발하는데 집중 투입한다.

특히 CDB의 투자를 받은 다른 정보통신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아시아지역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KMW는 해외 수출에 본격 나서기 위해 미국 LA지사에 이어 지난해 중국
심양에도 지사를 개설, 국내 기흥공장과 3각 체제를 구축했다.

올들어서만 중국 후아웨이사에 2백50만달러 상당의 컴바이너 모듈을
수출했고 일본 바이어와의 수출상담도 구체화하는 등 최근 해외에서 결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천5백만달러, 내년에는 3천만달러어치를 미국 일본 중국 등지로
내보내 KMW를 수출형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김사장의 포부이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