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공생.

무선 환율표시기를 만들어 파는 아미텔레콤 윤중은(36) 사장과 아믹 김현민
(42) 사장의 관계는 이 두 마디로 요약된다.

이들은 별개 회사 대표이지만 서울 양재동 부석빌딩에서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45평의 공간만 공유하는게 아니다.

윤 사장은 영업 및 정보서비스를, 김 사장은 연구개발을 각각 책임진다.

그렇다고 양사가 자본으로 얽혀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인 인연이 흔치 않은 "동거 체제"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지난 94년 10월 처음 만났다.

현대전자에서 일하던 윤 사장은 협력업체 엔지니어였던 김 사장을 알게
됐다.

김 사장이 국산화에 성공한 반도체장비를 현대측에 팔기 위해 찾아갔던
것.

품질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는 바람에 납품되지 못한 데에 대해 두 사람은
함께 아쉬움을 나누었다.

이 때문에 우정이 싹텄다.

윤 사장이 반도체장비 부품 업체인 훼스트ENG를 창업한 작년 4월께 때마침
김 사장은 아믹이란 개인회사를 세웠다.

자막 캡션이 나오는 카세트플레이어를 개발한 김 사장의 기술력에 반한 윤
사장은 자신의 기술관리 노하우를 접목하면 무언가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 사장에게 경영조언은 물론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개발자금까지 지원했다.

동업자라기보다는 인큐베이터(보육센터)로 나선 것.

윤 사장은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무선호출망을 이용한 환율표시기 개발에 착수한 김 사장에게 동일캡코드
전송방식을 제안한 것.

무선 표시기가 10만대, 50만대라도 무선호출기와는 달리 가입자가 1명인
것처럼 운용할 수 있는게 특징.

망 운영비를 줄여 저가의 정보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윤 사장이 아미텔레콤을 설립한건 작년 10월.

SK텔레콤이 무선호출망을 제공키로 결정한 뒤였다.

무선 환율표시기의 원활한 상용화를 위해선 사업 분담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아미텔레콤은 금강산 유람선인 금강호 봉래호에 환율표시기를 제공한데
이어 최근엔 외환거래화 시점에 맞춰 대리점 모집을 시작했다.

전주 광주 성남등에 대리점이 개설됐다.

두 사장의 "한 지붕 두 회사" 체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