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의 계약행위 ]

< 김정호 경제학 박사 >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이동통신에 가입했을 때 사업자는 이미 납부된
요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이 나왔다.

미성년자의 계약능력을 부인한 결정이다.

민법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성인들에게는 계약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미성년자에게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

법경제학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유용한 판단의 틀을 제공한다.

자유계약론은 계약 당사자가 자신에게 진정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능력이 있다는 것과 또 계약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성년자가 무선호출기에 가입했을 때 과연 그것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이로워서 그렇게 한 것일까.

생각이 아직 미숙하고 경험도 없기 때문에 충동을 이기지 못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문제일 뿐이다.

법적으로 성인인 우리들 자신도 얼마나 많은 충동구매를 하는가.

특히 고등학생 정도라면 성인보다 특별히 판단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판단능력의 부족이라기보다는 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일 것이다.

미성년자가 스스로 요금을 내지 못한다면 결국 부모가 그것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즉 미성년자는 어차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나치게 많은 이동 통신 사용자가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누군가는 그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막을 책임이 부모에게 있었다.

그런데 미성년자의 이동통신가입을 제어함에 있어 부모는 사업자보다 비교
열위에 있다.

자식이 언제 통신에 가입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막으려면 부모가
자식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야만 한다.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반면 사업자가 미성년자로 보이는 상대방의 나이를 확인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www.cfe.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