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21세기 경영전략의 키워드는 고객만족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한 최첨단제품의 경쟁시대이지만 고객을 소홀히
다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90년대초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IBM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다름 아닌 고객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IBM은 지난 82~85년 4년 연속 포천지 선정 1위 기업이었다.

84년에는 무려 66억달러의 순익을 기록, 업계 사상 최고의 성장을 구가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IBM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93년에는 8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무너지는 공룡" "침몰하는 거함"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몰락이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던 IBM은 그러나 한명의 특별한 "고객"을
모시면서 1백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97년에는 순익이 61억달러에 달해 그동안의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이 특별한 고객은 다름 아닌 루이 거스너 회장.

93년 담배 및 식품회사인 RJR나비스코사에서 영입된 거스너 회장의 취임
일성은 "나는 고객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다"였다.

거스너 회장은 IBM이 우수한 인력과 훌륭한 기술 뿐만 아니라 거대한
고객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러나 고객의 한 사람으로 봤을때 IBM이 정작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결국 대대적인 수술에 발벗고 나섰다.

94년 거스너 회장은 제품별 지역별로 나뉘어 있던 제1선의 영업부대를 금융
제조업 등 14개 산업분야별로 재편했다.

"IBM은 곧 서비스"라는 창업주 토머스 왓슨 주니어의 이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거스너 회장은 "고객은 결코 기술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IBM이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후 6개월동안 2만명 이상의 고객을 만날 정도로 직접 대화에도
온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의 문제점과 그 해답을 구했다.

그는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 "고객만족"이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거스너 회장이 이룩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IBM을 완전히 서비스위주의
회사로 바꾸려는 노력이었다.

덕분에 IBM은 단순히 컴퓨터나 부품을 조립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고객사
의 비즈니스문제에 대한 솔루션 판매회사로의 변신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 거스너 회장에게도 남은 과제가 있다.

고객들에게 IBM이 인터넷사업 솔루션의 제공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거스너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컴팩같은 회사들이 관리나 매출면에서
부진한 현재의 시장에서 인터넷 솔루션사업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는데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이며 IBM이야말로 IT리더로서 충분한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룡IBM"을 빙하기에서 구출해낸 거스너 회장이 21세기 인터넷 사업 솔루션
으로 또다른 신화를 창출할 지 세계의 이목이 IBM에 집중돼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