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와 2000년생 아기를 갖고 싶다는 밀레니엄열풍이 맞물리면서
혼수시장이 대호황을 맞고 있으나 예비부부들의 돈씀씀이는 오히려 감소,
알뜰결혼풍조가 뿌리내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3월 한달간 혼수상담코너를 찾은 예비부부를 조사한 결과
가전제품 5품목(TV, 냉장고, VTR, 세탁기, 전자렌지)에 쓰는 비용은 평균
약 2백50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의 3백만~3백50만원에 비하면 최고 30%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보석담당 바이어 손영식과장은 "예물용 보석도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다이아몬드 대신 저렴하고 크기도 작은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LG백화점 구리점도 가전, 가구, 생활용품을 장만하는 예비부부들의 평균
구매액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종전처럼 특정 회사의 제품을 일괄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꼭 필요한 제품만 낱개로 사는 고객이 늘어났기때문으로 LG측은 보고 있다.

또 대형 가전제품을 찾는 추세는 여전하지만 복잡한 기능의 고가품 대신
튼튼하고 저렴한 제품이 각광받는 실속구매도 뚜렷해졌다.

LG백화점 가전바이어 김주옥 과장은 "29인치 TV의 값은 최고 70만원에서
52만원까지 20만원 가량 차이난다"며 "신모델보다 기본기능에 충실한 재고품
을 찾는 예비부부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알뜰구매경향은 가전제품외에 가구 의류 주방용품 침구류 여행상품 등에서도
확인된다.

선우드가구 안창수 이사는"붙박이가구가 준비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장롱
침대 등을 한꺼번에 사기 보다는 인테리어와 생활패턴에 따라 가구를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허니문여행사 길기연 사장도 "최근 판매되는 신혼여행상품은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 유럽 대신 동남아가 90% 이상"이라며"여행을 가도 쇼핑은 거의
안하는 분위기"라고 달라진 결혼풍속도를 전했다.

4월초 결혼하는 여도석(34.회사원)씨는"IMF후 주머니사정이 가벼워지기도
했지만 선배들처럼 처음부터 모든 살림을 장만해야 된다는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뜰구매풍조는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의 결혼붐에 힘입어 혼수시장의
전체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혼수상품매출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30%
가량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40여만쌍이 결혼할 경우 금년 혼수시장은
1조6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으로 추정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