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의 4대 주주인 미국 통신회사 SBC(사우스웨스턴 벨)가
신세기통신 주식을 팔고 국내에서 철수하겠다고 나섰다.

SBC는 최근 정보통신부에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당초 약속한 대로
통신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한도를 확대해 주지 않고 있는데다
포철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기통신 주식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한국에서 통신
서비스 사업을 더 이상 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신세기통신의 지분 7.82%를 가지고 있는 SBC는 현재 33%인 외국인 투자
한도가 49%로 확대되면 신세기통신 2대주주인 코오롱과 함께 포철 보유주식
을 인수,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한도확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늦어
지고 있는데다 포철이 신세기통신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히면서
SBC의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SBC가 주식을 팔 경우 설립당시의 주요 주주간 약속에 따라 신세기통신의
1,2대 주주인 포철과 코오롱이 우선 매입할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코오롱이 이 주식을 사기는 어렵고
포철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존 대주주와 매각 가격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대주주가
우선 매입권을 가진 5월 2일이 지나면 SBC가 이 주식을 마음대로 팔 수
있어 제3자가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SBC의 이같은 의사표명에 대해 신세기통신 관계자는 "SBC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는 4월11일 1천억원의 증자대금 납입이 예정돼
있어 그 이후에야 SBC측의 정확한 입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SBC가 신세기주식을 팔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전기통신
사업법 개정과 포철의 신세기통신 지분유지문제를 한미간의 통상현안으로
비화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통해 신세기통신에 대한 지분을 늘리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BC가 기존 주주들과 직접 매각협상을 벌이지 않고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서한을 정통부에 전달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 정건수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