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IMF시대를 사는 법 .. 양동표 <회계법인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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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표 < 미국 딜로이트&투쉬 회계법인 파트너 >
어렸을 적에 할머니를 따라 장터에 가는 것이 그리도 재미날 수가 없었다.
전쟁 직후라서 어디를 가나 폭격맞고 불탄 흔적이 널려 있고 온세상이
을씨년스러운데 장터에만 가면 늘 활기가 그득하였다.
장터 입구에 강냉이 튀기는 사람, 엿장수부터 시작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야채가게, 고깃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고함소리등 장터는 항시 살아서
펄펄 뛰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생선전이 가장 구경거리였다.
할머니가 잘 사시는 갈치가 수북이 쌓여있는 곳에 주인아주머니는 연상
소금을 뿌려대고 주인아저씨는 곁에서 얼음을 석석 톱질한다.
굴비가 줄줄이 묶여져 빨래처럼 널려 있고 그 밑으로는 오징어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나는 생선전에서 발을 뗄줄 모르고 서 있으면 "동표야 가자, 한눈 팔지
말고" 하면서 할머니가 성화를 대신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그 생선전의 어린
아들이다.
내 나이 또래나 된 아이였는데 무척 말썽꾸러기였던지 내가 갈때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매를 맞거나 핀잔을 듣는 것이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어린애를 야단칠때면 "이 원수야, 너 죽고 나 죽자" 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여간 무섭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이 다 죽는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멀리서나마 고국의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가난에 찌들고 어렵던 그 시절의
피곤한 의식이 행여 우리들의 일상적인 의식의 일부가 돼버리지 않았나 걱정
스러울 때가 있다.
여야가 극단적인 대치를 보이는 모습이나, 노사분쟁이 파멸이 뻔한 길로
치닫는 모습이나, 우리 주변에서 매일처럼 일어나는 일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달려드는 모습 일색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안간힘을 다 쓰고 있는 요즈음 너 죽고 나 죽자고
떼를 쓰며 달려드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개혁한다고, 구조조정한다고 밀어붙이는 세력이나 그래도 밀려나지 않겠다고
발목잡고 늘어지는 쪽이나 모두가 사생결단으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노사분쟁에서 이러한 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같다.
노사분쟁이 심해져서 노사가 모두 공멸한 예는 미국에 얼마든지 있다.
미국 최대의 항공사였던 이스턴 에어라인과 미국 최대의 철강회사였던
유에스 스틸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지금 너 살고 나 살길을 찾기 위해 잠을 아끼면서 눈코뜰새 없이
동분서주해야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모든 힘을 똘똘 뭉쳐 합해도 국제경쟁에서 견뎌낼 수 있을까 말까하는
마당에 죽고 살기로 서로 싸우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미어진다.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하던 열사들에게는 내가 죽더라도 너를 죽이는 것이
의로운 일이었지만 현대의 경제생활에서는 너 살고 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모든 상행위라는 것이 쌍방 모두에게 이득이 있을때에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IMF시대라는 것은 그러한 경제생활과 상행위를 더
스마트하게 잘해서 앞으로는 잘살아야 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게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개혁하고 구조조정해서 다시 잘 해보자는 것이다.
다 함께 잘살기 위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들어 극한적으로만 싸울 일이 아닌 것이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한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중 하나로 "Think Win Win"을
들고 있다.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길 수 있는 길을 늘 생각한다는 것이다.
쌍방이 다 승리했다고 생각할 때 무슨일이든 수월하게 풀려나갈 것이고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해서 상대방을 패배시키고 내가 승리할
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방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짠다는 것이다.
요즘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영진과 소액주주가 모두 이기고, 노사가 다같이 승리하며, 개혁하는자와
개혁당하는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고 우리는
그 길로 매진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
어렸을 적에 할머니를 따라 장터에 가는 것이 그리도 재미날 수가 없었다.
전쟁 직후라서 어디를 가나 폭격맞고 불탄 흔적이 널려 있고 온세상이
을씨년스러운데 장터에만 가면 늘 활기가 그득하였다.
장터 입구에 강냉이 튀기는 사람, 엿장수부터 시작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야채가게, 고깃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고함소리등 장터는 항시 살아서
펄펄 뛰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생선전이 가장 구경거리였다.
할머니가 잘 사시는 갈치가 수북이 쌓여있는 곳에 주인아주머니는 연상
소금을 뿌려대고 주인아저씨는 곁에서 얼음을 석석 톱질한다.
굴비가 줄줄이 묶여져 빨래처럼 널려 있고 그 밑으로는 오징어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나는 생선전에서 발을 뗄줄 모르고 서 있으면 "동표야 가자, 한눈 팔지
말고" 하면서 할머니가 성화를 대신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그 생선전의 어린
아들이다.
내 나이 또래나 된 아이였는데 무척 말썽꾸러기였던지 내가 갈때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매를 맞거나 핀잔을 듣는 것이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어린애를 야단칠때면 "이 원수야, 너 죽고 나 죽자" 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여간 무섭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이 다 죽는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멀리서나마 고국의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가난에 찌들고 어렵던 그 시절의
피곤한 의식이 행여 우리들의 일상적인 의식의 일부가 돼버리지 않았나 걱정
스러울 때가 있다.
여야가 극단적인 대치를 보이는 모습이나, 노사분쟁이 파멸이 뻔한 길로
치닫는 모습이나, 우리 주변에서 매일처럼 일어나는 일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달려드는 모습 일색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안간힘을 다 쓰고 있는 요즈음 너 죽고 나 죽자고
떼를 쓰며 달려드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개혁한다고, 구조조정한다고 밀어붙이는 세력이나 그래도 밀려나지 않겠다고
발목잡고 늘어지는 쪽이나 모두가 사생결단으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노사분쟁에서 이러한 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같다.
노사분쟁이 심해져서 노사가 모두 공멸한 예는 미국에 얼마든지 있다.
미국 최대의 항공사였던 이스턴 에어라인과 미국 최대의 철강회사였던
유에스 스틸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지금 너 살고 나 살길을 찾기 위해 잠을 아끼면서 눈코뜰새 없이
동분서주해야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모든 힘을 똘똘 뭉쳐 합해도 국제경쟁에서 견뎌낼 수 있을까 말까하는
마당에 죽고 살기로 서로 싸우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미어진다.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하던 열사들에게는 내가 죽더라도 너를 죽이는 것이
의로운 일이었지만 현대의 경제생활에서는 너 살고 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모든 상행위라는 것이 쌍방 모두에게 이득이 있을때에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IMF시대라는 것은 그러한 경제생활과 상행위를 더
스마트하게 잘해서 앞으로는 잘살아야 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게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개혁하고 구조조정해서 다시 잘 해보자는 것이다.
다 함께 잘살기 위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들어 극한적으로만 싸울 일이 아닌 것이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한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중 하나로 "Think Win Win"을
들고 있다.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길 수 있는 길을 늘 생각한다는 것이다.
쌍방이 다 승리했다고 생각할 때 무슨일이든 수월하게 풀려나갈 것이고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해서 상대방을 패배시키고 내가 승리할
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방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짠다는 것이다.
요즘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영진과 소액주주가 모두 이기고, 노사가 다같이 승리하며, 개혁하는자와
개혁당하는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고 우리는
그 길로 매진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