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매뉴얼 윌러스틴 교수
역자 : 백영경
출판사 : 창작과 비평
가격 : 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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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는 지금 소멸 단계에 와 있다. 더 이상 정상적인 작동을
지속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 도래했으며 우리는 보다 나은 새 체제로
넘어가는 이행기를 맞고 있다"

미국 빙엄튼 뉴욕주립대학의 이매뉴얼 월러스틴 교수는 새 저서
"유토피스틱스"(백영경 역, 창작과비평사)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그는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어떻게 운영돼왔는지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유토피스틱스(Utopistics)라는 용어는 그가 새로 만든 용어.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에 학문활동을 뜻하는 영어 어미 "istics"
를 합친 말이다.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성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지적활동을 의미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역사적 대안에 대한 진지한 평가이며 가능한 역사
체제의 실질적인 합리성에 대한 우리의 판단행위"다.

그는 이번 저서에서 생성과 발전 단계를 거쳐 위기와 소멸의 단계에 이른
자본주의 운명을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가능한 선택은 무엇인지를 묻고 답하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 책에는 특히 백낙청 서울대 교수("창작과비평" 편집인)와의 대담이
전체 분량의 40% 가량이나 실려 있어 주목된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세계정세,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미래가
폭넓게 조망돼 있다.

저자는 20세기 후반의 세계경기 하향국면으로부터 미국 헤게모니 주기가
끝나는 2025년까지를 "세계체제 이행기"로 본다.

그는 이 기간을 "갈등과 무질서, 도덕적 체계가 붕괴되는 시기"라고 진단
한다.

그래서 "단순히 개량주의적인 잔손질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본격적으로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소련과 동구권이 와해된 것도 자본주의의 일대 승리가 아니라 커다란
패배라고 말한다.

단지 구좌익 정권의 몰락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방세계로서는 자신들의 적이자 세계체제의 냉각요인으로 작용했던 힘이
제거되어 오히려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동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서방의 인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우익의 비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의 경우 IMF가 금융지원 대상국을 너무 몰아부쳐서 통제할 수
없는 정치적 격동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다.

이같은 인식에서 저자는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10년 내에 동아시아가
강력한 경제지역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며 "다만 중국과 한반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불확실성의 체제 이행기에는 개인과 집단의 참여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의지 요소의 증대"라고 불리는 이것이 "이행기"를 새로운 "기회의
시기"로 변화시키는 지렛대라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끊임없는 자본축적의 우선성"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의 비영리 병원과 같은 "비영리적 기업 구상"을 통해 새로운 대안적
세계구도를 그려보인다.

그러나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이 그들의 특권을 순순히 내놓을까.

그는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지만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과정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한계들이 체제변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작동메카니즘의 점근선"이라고 부르는 이 구조적 한계들은 예측할 수
없는 혼돈상황을 가져오게 된다.

그는 그 혼돈으로부터 약 50년간에 걸쳐 새로운 질서가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새로운 질서는 힘을 가진자와 못가진 자가 각각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형성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케냐 민족운동의 구호였던 "하람비!(harambee:힘을 모아 해보자)"라는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