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없이 6시그마를 말할 수 없다.

6시그마의 성과를 거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6시그마
기법을 탄생시킨 곳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경영혁신운동의 출발이 언제나 그렇듯 6시그마도 위기에서 출발했다.

모토로라가 80년대초 일본의 휴대형 무선호출기 시장에 진출했을 때다.

품질이 문제가 됐다.

일본 제품과 상대가 되질 않았다.

판매는 물론 회사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을 위기였다.

6시그마가 품질혁신운동으로 시작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70년대말부터 당시 밥 갈빈 회장이 펼쳐온 품질개선운동이 초석이 됐다.

회사의 위기감과 품질개선운동의 기반, 마이켈 해리라는 천부적인 통계
분석가가 만나 6시그마라는 뛰어난 혁신 기법을 탄생시킨 것이다.

모토로라의 6시그마 운동은 품질혁신으로 대표된다.

가장 먼저 맬콤 볼드리지 상을 수상했다는 데서도 모토로라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다.

모토로라가 품질을 혁신의 목표로 삼은 것은 고객만족이라는 전제를 달성
하기 위해서였다.

모토로라대학의 극동아시아담당 김용우 이사는 "TCS(total customer
satisfaction)가 모토로라 6시그마 운동의 최종 목표"라며 "생산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우선되지 않고서는 고객만족은 이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시그마는 TCS라는 모토로라의 근본 정신을 이루기 위한 단순한 도구인
셈이다.

지난 81년 모토로라는 86년까지 품질 수준을 10배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 목표를 위해 회사 전체에 적용할 품질 개선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개발
하는데만 5년이 걸렸다고 한다.

87년 모토로라는 회사 전체에 유니트당 총결함수 라는 통일된 절차를 도입
했다.

모토로라의 품질개선운동이 6시그마로 진화한 시점이다.

품질관리의 핵심은 품질에 대한 회사의 방침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산현장의
활동이다.

구체적으로는 통계적인 공정개선활동이다.

각 공정별 근무조별로 구성된 품질개선팀은 현장에 마련된 게시판에 불량률
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표시한다.

모양은 멕시칸 모자인 솜브레로 스타일의 시그마그래프다.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불량이다.

이 한계를 벗어나는 공정은 매일 현장에서 실시하는 검사과정에서 개선
대상으로 꼽히고 당장 시정에 들어간다.

시정될 때까지 계속 반복이다.

사이클 타임을 줄여 불량의 소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정에 대한 모든 결정을 근로자들이 직접한다는
것이다.

품질관리팀을 어떻게 결성할지 구성원을 누구로 할지도 근로자들이 결정
한다.

근로자들에게 품질관리의 책임을 맡기는 것처럼 결정권도 맡긴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근로자들의 창의성과 융통성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모토로라가 6시그마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같은 참여경영 프로세스다.

그 결과 모토로라는 87년 제품 1백만개당 불량부품수가 6천개였지만 95년말
에는 25개로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거의 모든 사업장이 1백만개당 불량품을 3.4개로 줄인다는
6시그마 기준을 맞췄다.

금액으로 따져 87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4억8천만달러의 비용절감효과를
봤다는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모토로라는 이 단계에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6시그마는 프로세스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2000년까지는 20PPB(parts per billion)를 달성한다는 새
목표를 세워 놓았다.

10억개 제품 가운데 불량품을 20개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다.

1억개 가운데 2개의 결함. 신의 조화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1백PPM(parts per million) 목표 달성에 안주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비해
무려 5천배나 높은 품질 목표다.

물론 모토로라가 제품의 품질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제조부문에서의 6시그마도 당연히 병행된다.

모토로라 사람이면 누구나 입사하는 날부터 6시그마 달성을 위한 책임과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