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스킨케어 화장품 "퓨리티".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 브랜드를 잊었다.

그러나 한국존슨앤드존슨 임직원들은 "퓨리티"를 잊지 않고 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현지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이 "퓨리티"라는 제품을 내놓았지만 겨울이 닥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제품에 유리조각 같은 결정이 생긴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존슨앤드존슨을 "악덕기업"으로 매도했다.

회사는 즉각 실태조사를 실시, 문제를 파악했다.

제품개발단계에서 한국 기후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당시 관행대로라면 "소란"이 진정된뒤 성분을 바꿔 내놓아도 무방했다.

그러나 "퓨리티"를 전량 수거했다.

나아가 브랜드 자체를 없애버렸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기업 풍토에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브랜드 폐기"라는
극단조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존슨앤드존슨은 "원칙대로"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는 손해를 보았지만 소비자들에게 강한 믿음을 주게
됐다.

현지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음은 물론이다.

따지고 보면 "퓨리티 파문"은 82년 미국 본사가 경험한 "타이레놀 사건"의
축소판이었다.

존슨앤드존슨은 사카고에서 발생한 연쇄사망사건의 원인이 자사가 생산하는
타이레놀로 밝혀지자 즉각 제품을 수거했다.

또 실상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사태 확산을 막았다.

결국 언론은 존슨앤드존슨에게 박수를 보냈고 절반으로 줄었던 시장점유율은
3년만에 회복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