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제조업 기반이 급속히 유실되고 있다.

기계공업진흥에 따르면 기업부도나 가동율 저하로 현재 놀고 있는
유휴설비만도 20조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비투자도 극도로 부진하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내수위축과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전년보다 33.9%가
감소했다.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산업자원부만이 8.8% 증가를 점칠 뿐, 한국은행 산업은행 KDI 등은 모두
5~10%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유휴설비 증가와 투자부진은 생산 노하우나 기존 거래관계 등 무형 자산의
손실로 연결된다.

제조업기반의 이처럼 성장잠재력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조업기반이 붕괴되면 내수나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공급이 달려 물가가
올라가고 물가상승은 다시 원가부담의 증가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손익 분기점 가동률은 통상
70~80% 수준이다.

이보다 가동률이 하락할 경우 산업기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된다.

국내 제조업이 지금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

가동률이 제법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70%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내수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못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어
가동률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 부진은 제품 단위당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수출의 감소를 초래한다.

가동률이 서서히 떨어지면 재고 조정, 비효율 부문 제거 등의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간에 급격히 가동률이 떨어진 경우에는 오히려
유무형 자산의 손실, 인플레 유발형 경제 구조로의 전환 등 역기능이
부각되게 마련이다.

기초체력까지 손상시킨다는 얘기다.

이러다가 구조조정의 여력까지 소진시켜 버리는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제조업 기반의 상실만큼은 방지하는 선에서 해야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