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극장이 열고 있는 "전통예술상설무대"에 외국인들의 발길이 급증
하고 있다.

지난 97년 시작된 후 지난해말까지 약 1만1천명의 외국인들이 다녀갔다.

입장료수입은 1억7천여만원.

입장객은 연간 2배 이상 늘고 있는 추세다.

호주여행사들로부터 "서울에서 가볼곳"1위로 뽑히기도 했다.

이 무대는 풍물굿, 강강수월래 등 전통문화에 외국인들을 직접 참여케 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으로 인해 상당수의 공연예술인과 여행업자들은 일자리를 얻었다.

정동극장은 시장창조, 고부가가치, 고객만족, 고용창출 등 이른바 관광벤처
기업 요소를 두루 갖췄다.

관광벤처기업은 이처럼 관광상품을 개발 판매함으로써 외래객을 유치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정동극장의 입장수입은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연간 입장수입 23억달러
(약 2조7천억원)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1백여년을 거치며 이처럼 대형 문화관광상품
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의 관광벤처기업과 관광상품개발은 이제 시작단계다.

특히 관광상품을 개발,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관광벤처기업과 기업가들이
속속 등장해 관광산업진흥과 고용창출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한국적 관광상품이 뜨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카치 위스키,
보르도 포도주 등은 세계를 제패한 브랜드들이다.

관광벤처기업들의 화두는 어떤 문화관광상품을 개발하느냐다.

경주와 부여 문화탐방, 하회국제탈춤축제, 인삼축제, 김치축제, 도자기축제
등은 한국적 브랜드 개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유적지와 축제 관련 상품은 최근 국내외 여행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관광부지원 18개 주요 문화관광축제에
참관한 국내외 관광객은 외국인(14만명) 포함 5백60만명, 총수입규모는
1천4백46억원으로 추정된다.

축제관련 진행요원, 숙박과 음식업체, 여행사 농가 등지에서는 일자리가
창출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관련업체 매출액 1억원당 5.8명이 고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축제와 관련해 8천여명 이상이 신규 고용됐다는 분석이다.

축제상품들의 경우 김치 만들기, 도자기 제작하기 등 체험코너가 특히
인기다.

때문에 농촌지역에서 생활과 문화를 체험하는 "그린투어리즘" 상품들이
유망하다.

고구마캐기 밤줍기 등 농어촌문화체험상품이나 농장체험이 그 예다.

또 사찰순례와 명상캠프 등 테마여행상품들도 틈새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요리는 경쟁력있는 문화상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3천3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구매품중
의류(41.4%)에 이어 김치(32.9%)와 식료품류(22.8%)가 2,3위를 차지했다.

한정혜요리학원이나 라맘마꾸시나 등 국내유명요리학원에는 외래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요리상품의 성패는 한국요리를 어느 정도 국제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용관광상품의 미래도 밝다.

서울 강남의 사우나에는 때밀이, 사우나, 진흙팩 등을 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몰리고 있다.

<> 문화경영자가 필요하다 =지난 1월 제주눈꽃축제를 주관한 제주축제문화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창설된 축제문화 전문연구기관이다.

제주도로부터 운영비 일부를 보조받지만 각종 축제기획과 대행 등 자체
수익사업으로 운영비를 조달할 방침이다.

약 30명의 직원이 신규로 고용됐다.

이처럼 문화.예술축제 등을 기획, 상품화하는 소위 "문화경영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문화경영자는 관광상품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관광관련시설을 관리한다.

기부금모집가, 문화관광시장분석가, 로비스트, 관광캐릭터사업가 등도
문화경영자들이다.

감동과 경험의 질을 한차원 높여 박물관 전시물을 보여주는 전시기획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명지대는 문화경영자를 유망벤처기업가로 보고 올해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 인터넷여행사 =유망관광벤처기업의 대표격은 사이버여행업이다.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 호텔 등 여행상품정보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이버여행업은 90년대들어 첫 등장한 이래 99년3월 현재 전세계 여행시장
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미국의 경우 사이버여행업이 3년내 미국여행시장에서 30%선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여행사에서는 인터넷부문 매출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여행사인 토마스쿡사의 인터넷부문 매출은 96년 72만달러에서
지난해 5천9백만달러로 늘어났다.

불과 2년만에 80배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내 인터넷여행사는 99년3월 현재 약 2백개이며 고용인력은 7천~1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이버업체들은 전체 여행시장의 4~5%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말까지는 10%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여행이 폭증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의 장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

24시간동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데다 상품가격대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정확하기도 하다.

사이버여행업의 성패 요인은 고정고객 확보 여부가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처음에는 저가 상품을 사다가 서너차례 거래를 한 뒤에야
고가상품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 정책지원 필요 =벤처기업은 흔히 벤처캐피털로부터 자본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관광벤처기업의 경우 지역주민이나 중소자본가들이 스스로 참여해
줘야만 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정부가 벤처기업 지원 대상을 늘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만 한다.

정부는 올들어 인터넷여행업, 관광기념품 개발업, 유원지놀이기구개발업
등을 벤처기업에 포함시켜 지원키로 했다.

신기술을 이용하거나 지식을 집약하는 관광사업들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관광업계 관계자 대다수는 자신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에는 회의적이다.

지원재원이 한정돼 있는데다 이를 받기 위해 수많은 서류들을 들고 뛰어
다녀야만 하기 때문이다.

관광기업 인허가절차 간소화, 지역중소자본 유치를 위한 행정 및 재정지원,
유망기업에 대한 세제 금융 혜택조치 등이 필요하다.

가령 문화관광상품이나 테마관광상품을 개발해 일정 규모이상의 외래관광객
을 유치한 사업자에게는 상품개발비나 광고선전비를 지원해 주고, 상품인증제
등을 도입해 일정기간 독점판매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

또 매년 관광상품 공모전을 개최해 포상하는 지원제도도 고려해야 한다.

< 정리=유재혁 기자 yoojh@ >

[ 대표집필 = 이광희 관광연구원 개발연구실 실장
도움말 주신분 = 홍사종 정동극장장,
진영재 한려대 관광학과 교수,
부소영 제주축제문화연구원 부장,
오정택 우노여행사 사장,
이태희 명지대 교통관광대학원 교수,
장진우 웹월드여행사 총괄이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