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품은 단연 은행금전신탁이다.

은행신탁은 올들어서만 이미 10조원 이상 빠졌다.

한때 2백조원을 넘었던 금전신탁잔액은 1백40조원대로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금전신탁은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 전망이다.

은행들은 단위형신탁판매와 1년만기 신탁개발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증시의
자금흡인력이 강할수록 금전신탁의 위축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호를 받지 못하는데다 최근엔 배당률마저 한자릿수로 떨어진 탓이다.

은행금전신탁의 위축은 대출금회수와 채권매입여력의 약화로 이어져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나타내고 있다.

은행 금전신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탁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작년 상반기엔 신종적립신탁 등 고금리상품을 내세워 자금을 끌어들였으나
6월말 5개은행 퇴출로 예금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급속도로
퇴조했다.

지난해 12월 8백99억원이 빠지는 등 다소 주춤하는듯 하던 은행 신탁은
올들어 1월 4조2천7백25억원, 2월 4조8백58억원 줄었다.

3월들어서도 12일까지 2조6천2백39억원이 감소했다.

감소세를 보이는 상품들은 특정금전신탁과 판매가 중단된 개발신탁 등이다.

신종적립신탁도 만기가 되면 빠져나가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신탁을 탈출한 자금은 대부분 은행확정금리상품과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과세가계신탁 근로자우대신탁 개인연금신탁 등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흡인력은 많이 약화됐다.

이처럼 신탁계정의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은행들은 신탁계정으로 빌려준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신탁계정 자금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며 "현재는 대출금을 갚는 추세여서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반기
부터 자금수요가 늘어나면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우량기업들은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증권시장에만
자금이 몰리면 돈을 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용도가 낮아 일반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탁대출을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자금을 제때 구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들은 4월부터 판매하는 단위형 신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투신사 단위형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펀드별로 독립해 운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만하다고 판단한다.

신한 한미은행 등은 뮤추얼펀드의 판매로 신탁계정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은행들은 또 펀드매니저를 영입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증권시장의 유명 펀드매니저를 영입해 운용을 맡긴다는 전략이다.

또 투신사들과 연계해 수익증권을 창구에서 파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위형 신탁의 만기는 1년으로 정해져
여전히 제약이 많은 편이다.

신탁계정을 내년부터 은행계정과 분리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