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는 "아시아위기와 중남미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던 지도이념인 세계화와 개방화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빈부격차 확대, 실업급증 등 각국이 국내적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도 더욱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구조의 개혁에는 문화적 깊이를 더할수 있는 사회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특별기고를 정리한다.

< 정리=한우덕 기자 woody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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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의 주요 국가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내시장도 과감하게 개방했다.

그러나 이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경제개혁의 잇점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위기가 터지면서 일부 국가들은 "세계화"와 "금융시장의 개방"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그동안 경제개혁이라는 말은 곧 "산업생산성의 향상"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산업생산성 향상과 함께 기회균등 복지분배 인권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때 비로서 경제개혁은 성공한다.

문화를 파괴한 경제성장은 오히려 국민들의 가치를 혼란시킬 수 있다.

멕시코의 예를 보자.

멕시코가 취한 개혁정책은 맥시코 현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데는 성공
했으나 부의 편중 현상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을 드러냈다.

멕시코 정부는 인플레를 잡는데 실패하는 등 결정적인 실수도 저질렀다.

인플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줬다.

보다 구조적 요인도 있다.

바로 교육문제다.

교육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역동성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장기적 성장이 불가능하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제3의 길"이 주목받고 있다.

중남미에서도 "제3의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체계내에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하자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경제의 효율화를 위해 빈부격차 해소, 복지향상 등 사회적
이익이 무시당하는 때가 있었던 한편에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과도한 복지와 그 결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플레등 어느 쪽도 완벽
하지는 않다.

따라서 경제 성장과 사회적 정의가 동시에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세계화된 생산체계가 국가간 빈부격차를 넓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세계화는 기회와 위기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국제화로 세계 유휴 자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쓰일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국제금융 흐름에서 소외된 국가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경제를 대외적으로 개방하기 위해서는 국내경제의 기초가 튼튼해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 선진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우려할 대목이다.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장과 인력을 제공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특히 미국은 중남미국가들의 시장 개방 정책으로 커다란 혜택을 받았다.

지금 개방된 세계경제의 현실하에서 미국등 선진국들이 온갖 이유로
개도국들에 문을 닫아 건다면 개도국들의 절망감은 깊어질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도 재고가 필요하다.

물론 아시아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 IMF는 많은 일을 했다.

아시아에 이어 러시아 브라질등이 위기로 휩싸이면서 IMF의 역할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IMF의 위기 대응 처방에 대한 비난도 고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IMF가 위기를 오히려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IMF는 자신의 활동에 대한 비난에 일부 타당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IMF의 기능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다 개방적이며 현실지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개도국들의 현실이 깊이있게 감안되어야 하며 이데올로기적인 원칙만
고수해서는 안된다.

브라질은 IMF의 지원 등으로 안정을 찾고 있지만 브라질 사태는 세계적
차원의 협조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