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 현대자동차 회장 >

6시그마의 품질 수준은 불량률 0.00034%(3.4PPM).

1백만개중 불량품이 불과 3.4개라는 이야기다.

신의 작품이 아닌 이상 세상에 1백% 완벽한 것은 없다.

부품의 합격률이 99.99966%라고 해도 꿈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하물며
완성차 불량률 3.4PPM은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다.

완성차는 2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조립되고 그 가운데 어느 한 부품만
불량이어도 제품 자체가 불량 판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우리 수출제품의 경쟁력
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이야말로 경제회복과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함께 일하며 불가능에 도전할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위기는 내일을 위한 기회요 새로운 창조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종합품질 수준은 일본이나 미국 자동차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수년간 중위권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JD파워사는 발표하고 있다.

매우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품질 불량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지급하는 비용(품질
실패 비용)은 연간 6천억원이 넘는다.

9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에서만 보아도 국내총생산(GDP) 1백78조원
의 29.8%에 달하는 53조원이 품질실패 비용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운 것이다.

따라서 "품질"은 일개 기업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국가 생존을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품질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전 상공부장관의 이름을 딴 국가 품질경영상인 맬컴 볼드리지 상은 실리적
인 최첨단 품질경영을 통해 이룩한 미국의 세계경쟁력을 과시하는 매우
상징적인 상이다.

맬컴 볼드리지 상은 일회적이거나 가시적인 품질경영의 인증이나 상이 결코
아니다.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을 통하여 적자경영의 주요 원인인 "고비용.저효율"의
경영구조를 "저비용.고효율"의 전사적 참여경영으로 바꾸고 그 결과를 고객
만족, 주주 만족, 그리고 직원 만족으로 전환시켜야만 21세기 최고의 기업및
국가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맬컴 볼드리지 상의 기본 철학이다.

6시그마 경영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새로운 경영 기법이며 또한 21세기에
예견되는 더욱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안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것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로 최대 효율과 최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조직과 개인으로 하여금 최고의 만족을 갖게 하는
총체적 품질경영 운동이며 또한 경영혁신 운동인 것이다.

다시말해 이익 창출을 통하여 기업문화의 질을 높이고 초일류 기업으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새로운 경영 프로세스이자 "경영철학"인
것이다.

6시그마 경영은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한 전사적 의식개혁과 함께 기획
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경영의 전 분야가 유기적으로 전개돼야만 한다.

우리 기업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품질 생산성 서비스 면에서, 그리고 국가는 금융 간접시설
규제분야에서 전면적이고도 철저한 개혁을 해야 한다.

외형보다는 수익을,투자보다는 생산성을 우선으로 하는 성장전략-생산의
효율과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곧 규모 위주의 과시 경영에서 효율 위주의 투명성 수익경영으로
승화되는 것이며 이렇게 해야만 21세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앞서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

한편 기업이 어려워질수록 간부들의 관리력은 더욱 강조된다.

솔선수범하여 아랫사람들이 따르게 하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팀을 조직하여 리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간부들의 관리력
이자 기업을 살리는 원동력이다.

불합리하고 비인격적이며 비생산적인 보스형 관리자는 기업의 위기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영자와 간부들은 조직원의 지식과 경험을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아야 하며
자신들도 새로운 지식과 경영전략을 가지고 끊임없이 개선과 개혁을 주도
해야 한다.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이며 능동적인 전문인력, 신속하고도
유연한 프로세스 조직, 진취적이며 글로벌화된 개발능력, 견실한 재무상태,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대관계 등 다양한 지적 자본을 확충하고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상위 간부들이 체질개선에 앞장
서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전환기에 처해 있다.

현재의 품질수준을 한단계 더 높여야 하며 고원가 저품질 저서비스의
소지를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

게다가 비생산적인 경쟁으로 인해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던 관행을 개선
해야 한다.

노사간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 막대한 생산차질과 경영손실을 초래했던
일도 과거지사로 돌려야 한다.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도 경쟁력을 되찾아 나가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6시그마 경영혁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애사 애국의 충정을 가지고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기업 회생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오해와 대립의
갈등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이 변하고 의식이 변하고 위기의식을 절감하는 마음과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각 산업의 핵심 기업들마저 무너지는 비상시국이다.

기업회생의 첫 단추는 내부의 부정적 요소들을 척결하고 임직원 모두가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며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둘째, 오늘의 경제현실과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여 경제성 안정성 환경보호
등을 고려한 고객 중심적이며 시장원리에 맞는 핵심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고객과 호흡을 함께하며 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가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셋째, 선진국과의 제품기술및 생산효율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외형 위주의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

품질과 수익성을 경영의 중심축으로 삼고 R&D(연구개발)나 디자인 부문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최고의 품질과 원가절감을 가능케 하는 제품개발기술, 제조공정에서의
고효율과 고품질, 노사간 화합을 통한 고용 안정과 생산성 향상이 곧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어떻게 보면 광범위한 변화와 새로운
창조를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세계 자동차업계는 4백만~5백만대 생산능력의 규모의
경제와 최상의 품질 가격 납기 서비스를 갖춘 5~6개 업체만이 자력으로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우리는 곧바로 6시그마 경영혁명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우리 모두는 어려울 때 잘 합심하고 마음만 굳게 먹으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이제 이와같은 민족 저력과 애국 애사심을 발휘할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

가난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노력하여 이뤄놓은 풍요로운 삶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