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하루 2백만배럴 이상 감산키로 합의함에 따라 중동의 "오일
경제"가 기지개를 펼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동발" 세계위기의 가능성마저 거론되던 터여서 이번 감산합의가 경제
회생의 전기가 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모임을 갖고
하루 2백만배럴 이상 감축키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안은 오는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총회의 승인을
얻는대로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4월물은 한때 15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최근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배럴당 18센트오른 14.49달러였다.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날로 높아가는 경제 위기감에서다.

유가가 10달러대까지 폭락하면서 주요 산유국들의 경제는 파탄지경에 몰리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경제는 급증하는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초 48억달러로 예상됐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2%
인 1백50억달러로 3배이상 늘어났다.

국내 부채도 96년 GDP의 80%에서 올해는 1백%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웃의 소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부터 돈을 꾸는 신세로 전락해
있다.

여기에 대형 헤지펀드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사우디도 결국
브라질처럼 리얄화를 평가절하할 것으로 판단, 집중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리얄화는 9년만에 최저수준인 달러당 3.7533리얄까지 떨어져
중동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을 확산시켰다.

이란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원유수입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나 되는 이란은 오는 3월말까지
갚아야 할 33억달러의 외채만기분도 버거워하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도 6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산유국들이 비슷한 형편이다.

최근엔 IMF도 중동경제에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감산합의가 있는지 하루만인 13일 걸프연안협력
위원회(GC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이 지역 경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합의가 궁지에 몰린 중동경제에 나름대로 한가닥
희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산조치로 유가가 회복되면서 결국 중동경제에도 숨통이 틜 것이란 얘기다.

미국 동서연구소는 이번 감산합의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8달러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제니 몽고메리 스콧사의 석유시장전문가 제임스 반 알렌은 "이번
만큼은 감산 합의가 철저히 이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규모 석유소비지역인 아시아지역에서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급격한 유가회복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다소 신중한 전망도 만만치 않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