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한진각춘생
천홍만자안배착
지대춘뢰제일성
조물주 말 없으되 생각은 있어/추어 다하면 봄을 만드네/울긋불긋 화려한
색 마련해 두고서/봄 알리는 천둥소리 울리기만 기다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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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장유병이 엮은 신뢰라는 제목의 시이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했다.
동면에 들었던 개구리가 봄 기운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이기도
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문턱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경이로움을 느낀다.
눈이 덮였던 들녘에 풀잎이 돋아나고 얼음이 얼었던 산골 계곡에 영롱한
물소리가 들리고 버들개지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그리고 곧 화려한 봄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는 조물주의 권능이요, 천둥소리는 그 개막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