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계 혈족 등 일정 범위의 근친혼만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 개정안에 대해 유림 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여론수렴 차원에서 마련됐다.
정부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 법조계나 의학계 출신의 참석자 대부분은 시대
상황의 변화 등을 들어 찬성했지만 유림 대표 등은 전통 윤리의식 확립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호경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동성동본 금혼제는 봉건적 농경사회에 기초한
제도로 인구의 급증과 산업화 등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며 개정안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남석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법이 윤리나 도덕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법의
규범력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으로 정하는 근친혼 금지의 범위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윤리 수준에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부소장과 한국가족법학회 김주수 교수 등도
동성동본 금혼제를 "혼인의 자유 및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제도
라고 비판하면서 민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균관 김진우 고문은 그러나 "동성동본 금혼법은 근친간 혼인을 막아
윤리적 도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 질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현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상진 한국씨족총연합회 부총재도 "동성불혼의 전통은 가족 관계에 관한
확고한 민족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민족의 결합과 이를 통한 민족의
생존력 보존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양대 유전학교실 조율희 교수는 "유전성 질환의 발생 빈도가 증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촌수로 6촌 이내의 혼인을 막는 것으
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