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전문가를 영입,업무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파생금융상품 전문가 3명을 해외로부터 스카우트했다.

하나은행도 내주중 파생상품 전문가를 채용한다.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과 ABS(자산유동화증권) 업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에 능통한 전문가를 찾고 있다.

또 한빛은행은 M&A 전문가를, 외환은행은 자산투자 전문가를 데려올 방침
이다.

국민은행은 호주 맥쿼리 은행에서 근무하던 데이비드 부시(외환전문가)
마크호(이자 및 시스템 담당) 닉 오케인(옵션 담당)씨 등 3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국민은행 차장급에 준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매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들은 선물시장 개설에 맞춰 원.달러 이자율스와프, 통화옵션 등 원화와
관련한 파생금융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일을 맡는다.

또 가격결정(프라이싱)과 리스크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전문가 채용을 늘리는 것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전문가의 위력은 이미 주택은행 등에서 입증되고 있다.

백경호(38) 주택은행 증권운용팀장.

SK증권 차장, 패스파인더컨설팅 대표 등을 거쳐 작년 10월 주택은행 자본
시장 실장으로 옮겨온 백 실장은 주로 채권딜링 업무를 맡고 있다.

은행업무로선 생소하기 짝이 없지만 불과 5개월여만에 6백억원을 은행에
벌어줬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20%에 이른다.

한자릿수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시장실세금리의
두배에 이른다.

그는 "금리 등락 흐름을 잘탄게 돈을 버는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한 셈이다.

은행들의 전문가 채용과 관련, 또 눈여겨 볼 대목은 리스크관리 분야.

한빛 조흥 서울은행 등이 이 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다.

리스크관리란 대출이나 유가증권 투자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분야다.

은행영업이 넓어지고 신용대출이 늘어나면서 리스크관리는 은행경영의
핵심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에서는 리스크관리가 행장 직속으로 운용되기도 한다.

김중구(44) 외환은행 리스크관리팀장.

독일 쾰론대 상대를 나와 부퍼탈 대학에서 경영학을 받았고 "쿠퍼스&라이브
런드"에서 경영컨설팅을 담당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코메르츠은행에서 파견된 형식으로 작년 10월부터 외환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은행들이 지금까지 재무회계 위주의 경영을 해보다 보니 손익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관리회계로 바꿔야 한다는 것.

충당금까지 감안해 매월 얼마를 벌고 잃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영업부문별 수익이 중요한 사업본부제하에선 관리회계가 더욱 절실하다.

김 팀장은 "국내 은행들에선 리스크가 아직 제대로 측정되지 않고 있다"며
"국제기준의 위험관리 기법을 전수하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