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적당히 하고 1등 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마라"

경영일선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며 어려움을 헤쳐온 김병진 대림엔지니어링
회장이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제시한 패러독스다.

얼토당토않은 독설 같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것 같은 얘기들이다.

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김 회장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를 전해 3백여 경영자로부터 공감을
샀다.

삶에 지쳐 의욕마저 꺽인 요즘 사람들이 희망을 되찾기 위해선 생각을 바꿔
삶의 양식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꿈을 지켜가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먼저 "일은 적당히 하라"고 요구했다.

밤낮없이 일하는 것은 평생고용이 보장될 때 얘기다.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언제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영자는 적당히
일을 시키고 근로자는 적당히 일하는게 합리적이란 것이다.

특히 그는 경영이 어려운 때일수록 근로자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을 존중,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동료 경영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1등 하려고 애쓰지 말라"며 1등 지상주의가 오히려 나라를 망쳤다고
꼬집었다.

이런 주장의 배경은 이렇다.

대림엔지니어링은 90년대초 태국에서 5억달러규모의 석유화학공장 턴기공사
를 수주, 화제가 됐다.

이후 국내 엔지니어링업계가 해외수주에서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이유는 무조건 1등이 되겠다는 국내 엔지니어링업체간 과당경쟁에 있었다.

경제에 거품이 생긴것도 대기업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경쟁기업을
죽이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형상 1등보다 경쟁력에서 1위가 되는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사장이 아니라 사장감이 되는게 중요하다"며 "사장이 10명이면
회사가 망하지만 사장감이 10명인 회사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97년 7월이후 1년동안 대림그룹 회장으로 일한 김 회장은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면 사장감인 사람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며 "능력있는 사장감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요행을 바라고 일단 일을 벌이고 보라"고 주문했다.

자칫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이후 재계 화두가 된 내실경영과 정면으로
배치되게 비칠법한 독설이다.

그러나 정작 김 회장은 0.1%의 가능성에도 몸을 던지는 기업가의 도전정신은
바로 요행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는 쿠웨이트전쟁때 직접 쿠웨이트를 방문해 2억달러의 턴키프로젝트를
수주한 때를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평상시 같으면 3,4개월 이상 걸릴 비즈니스를 전시상황에서 단 며칠만에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운도 노력해서 찾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확신이 있으면 과감하게 뛰어들 것을 경영진에 요구했다.

처음부터 탈이 없는 완전함을 추구하다보면 경험도 쌓지 못하고 실제 할 수
있는 사업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야 우리경제
도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회장은 지난해 이같은 내용의 10가지 역설을 담은 에세이집 "위기탈출의
패러독스"를 출간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