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환은행장 후보물망에 올랐던 오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은 25일
행장후보 선정 절차와 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에야 행장후보 3명중 1명으로 추천됐다는
얘기를 처음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전에 전혀 알리지도 않고 내가 무슨 경영진을 다 짜놓았다느니
내가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했느니 하는 말들을 흘렸다"며 외환측을 비판
했다.

오 위원장은 "내가 행장후보로 뽑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으나 나를
도마에 올려 놓고 욕보인 것에 대해선 정말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행장을 뽑는다면 한국의 새 금융체제는 싹수부터 노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행장후보 선정과정에서 미리 인터뷰를 하거나 서면으로 경영
계획을 제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이 한빛 주택은행처럼 본인의 동의같은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 위원장은 외환은행의 비상임이사.

이번 주총을 기해 임기가 끝난다.

그는 "내가 행장후보로 거론되지만 않았더라도 외환은행 확대이사회에
나가 행장후보선정과정에 대해 꼼꼼이 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과거에도 공직을 제의받았으나 "자유인"으로 사는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사양했다고 밝혔다.

그는 70년대 후반부터 볼보의 경영자문을 맡는 등 국제금융계와 경영계에
명성이 알려져 있다.

폐암을 앓은 적도 있어 생사관도 남다르다.

오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전해듣은 감독당국 관계자는 "오 위원장은
누구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며 "은행이나 감독당국이 하는 일에 대해
진짜 하고 싶은 속얘기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