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의 손에만 맡겨놓기에는 너무 중요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온 앤드류 서머스(52) 영국 디자인카운슬 원장은
"영국 정부가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진흥하고 있는 데는 이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가 제2건국을 선언하면서 디자인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뉴스를 봤다"며 "두 나라가 디자인 분야에서 교류를 늘려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방한할 때 열릴 디자인 행사를
준비하러 왔다.

서머스 원장은 "여왕 방한에 맞춰 밀레니엄 프로덕트 4백여점을 서울에서
전시할 계획"이라며 "영국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을
밀레니엄 프로덕트로 선정해 새 밀레니엄이 열릴 때 전 세계에 홍보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밀레니엄 프로덕트는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 상품들이다.

우리나라의 GD(우수디자인)상품과 비슷하다.

디자인카운슬은 밀레니엄 프로덕트로 지난해 말까지 4백30개 상품을
뽑았다.

올 연말까지 모두 1천개를 뽑아 2000년 정초에 대대적인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서머스 원장은 "영국은 토니 블레어 수상이 입각한 이후 디자인을 정부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영국 전체로 오는 2000년까지
1백20억파운드(약 24조원)를 디자인분야에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세계 산업의 중심이었던 영국을 세계 디자인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 디자인 드라이브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디자인카운슬에 대해서는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이 정부의
디자인 정책을 수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디자인카운슬은
정책입안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며 "직원은 40명으로 디자이너는 한명도
없으며 대부분 경영이나 마케팅 혹은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에는 디자인이 들어 있다"고 말한 그는 "산업사회에서는 자칫
기술만 중시하고 사람은 잊기 쉬운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정의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