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만남, 유쾌한 대화-.

이것만으로도 분위기 오붓하고 아기자기한 모임이 얼핏 떠오른다.

"한진중공업 산악회"는 여기에다 "인간다운 정"이 더해진다.

회원들이 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 따스한 인간애가 깃들여지는
때문이다.

따뜻한 격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면 미움과 노여움의
감정들이 모두 없어진다.

애증과 분노가 없어져 무념무상이 될 때 비로소 산 정상의 한자락을 딛도록
허락 받는다.

"미워하지도 시기하지도 말고 겸허히 살아가라"는 자연의 교훈을 얻는다.

한진중공업은 우리나라 "조선1번지"라 불리어 진다.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이다.

71년 설립된 산악회는 1천여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규모의 동호회다.

한달에 한번, 당일 또는 1박2일의 정기산행을 통해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고
우의를 다진다.

가족초청 산행을 마련하여 직장동료들의 가족을 자연스레 만나기도 한다.

우리모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산악회 기술부"다.

바위의 경상도 사투리 "바구"에서 이름을 따 "바구회"라 이름지었다.

81년 에베레스트 등정 경험자와 암벽 및 빙벽 전문기술을 지닌 젊은이들로
구성됐다.

지금은 암벽 및 해안절벽 전문 청소와 극기훈련 강좌로 더 유명하다.

부산에는 바다와 해송,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 태종대 자살바위
등이 있다.

바구회는 이곳에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매년 3~4회 치우고 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부산 경남 일원으로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일반사람들이 접근하기 불가능한 절벽과 암벽들의 청소를 도맡아 하는
환경파수꾼 활동과 산악구조대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바구회멤버들은 사내극기훈련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늦가을에는 평균연령 50세가 넘는 회사 임원진 20여명의 지리산
종주산행 극기훈련을 맡아 2박3일간 한명의 낙오자 없이 완주시켰다.

한진중공업 산악회는 산행할 때마다 남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눈에 보이는
대로 수거한다.

언젠가 더 이상 주워올 쓰레기가 없는 산행을 해 보는 게 우리모임의 작은
소망이다.


곽한정 < 한진중공업 신조선생산담당 이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