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이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넘어간 것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뉴브리지캐피털 중심의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이다가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
뒤 HSBC는 서울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정부와 꾸준히 접촉해온 반면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한 다른 경쟁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매각 조건은 외형상 차이가 적지 않다. 제일은행의
경우 뉴브리지측이 인수하는 지분이 51%인 반면 서울은행의 경우에는 HSBC측
이 70%를 인수하게 돼있다. 대신 정부지분 30%를 매각할 때는 19%의 지분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보장받고 지참금 형태(Facilitation Payment)
로 2억달러를 정부에 내게 돼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증자자금으로 뉴브리지는
6천1백억원정도를 투자하면 되는 반면 HSBC측은 지참금까지 합쳐 1조원이상
을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그렇다고 서울은행 매각조건이 제일은행에
비해 우리측에 유리하다는 얘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서울.제일은행 매각에
따른 정부 손실은 앞으로의 부실채권발생규모 주가추이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어느쪽 매각조건이 낫다고 결론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일은행 인수자인 뉴브리지캐피털이 투자펀드 성격이 강한 컨소시엄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의구심을 갖게하는 대목이 없지 않은 반면 HSBC가
국제적인 상업은행이라는 점은 점수를 줄만하다. 우리 은행들이 은행경영의
국제적인 노하우를 전수받는데는 아무래도 HSBC가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HSBC가 97년말 기준 총자산 4천7백36억달러, BIS비율 14.2%, 세전 순이익
82억달러, ROE(자기자본수익률) 20.7%로 세계적인 최우량은행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외국금융기관의 제일.서울은행 인수가 국내금융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그것이 오랜 관치금융에 종언을 고하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도 크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 또한 결코
없지 않다.

우선 거래기업들의 불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에 넘어간 퇴출
은행 거래업체들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는데, 외국은행으로 넘겨진
제일.서울은행 거래업체들의 불안감은 따지고 보면 당연하다. HSBC와 금감위
가 경영권 변동이후 특정그룹 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등으로 빚어질수 있는
부작용을 피하자는데 이해를 같이 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정말 이 문제는
금융정책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신경써야할 사안이다.

70% 지분율의 외국인 지배주주를 수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국인 지배
주주 출현을 계속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정부방침은 문제가 있다. 부실
은행정리 등 금융구조조정이 사실상 매듭단계로 접어든 만큼 장기과제로
분류해온 은행소유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