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백20엔대를 향해 급락하면서 향후 엔화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엔약세를 감수한다는 방침이어서 엔화는
앞으로도 약세권 등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엔약세의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엔화 가치는 1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초 달러당 1백19.90~1백20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백19엔대가 무너지기는 지난해 12월8일 이후 약 2개월
반만이다.

이로써 엔화가치는 올해초 달러당 1백8엔까지 치솟았던데 비해 거의 10%
이상 폭락했다.

이같은 엔화약세는 일본 금융당국이 지난주 경기부양을 위해 단기금리를
내리고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2일 단기 콜금리를 연 0.25%에 0.15%로 낮췄다.

하야미 마사루 일은 총재는 또 17일 단기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유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의 장.단기 금리가 하락하면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지게 된다.

현재 10년만기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할때 미국이 2.8%포인트가량 높다.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일본에서 더 많은 자금이 빠져 나가 미국 시장으로
몰릴 것인 만큼 엔화약세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은 "장기 국채 발행을 축소하고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해 통화공급 정책으로 선회할 것임을 선언했다.

일본 고위 금융당국자들의 엔화약세 용인 발언이 잇따른 것도 엔화 하락세
를 부추기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재무차관은 1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통화 정책을 완화했기 때문에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며
미국도 일본 정부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본다"고 말해 엔약세에 제동을 걸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대장성의 다나미 고지 사무차관도 이날 "금리가 내려가면서 환율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엔시세가 적정수준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짐 맥머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등 전문가들은 엔화가
1.4분기중에 1백20엔~1백25엔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일본이 경기부양
을 위해 통화공급량을 계속 늘릴 경우 엔화 가치가 최악의 경우 달러당
2백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엔화가치 향방은 우선 20일 독일에서 열릴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엔화 약세를 당분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