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면방회사인 충남방적의 이준호 사장.

지난 97년 5월 컴퓨터 전문가인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다.

"전산실 때문에 골치아파 죽겠어"

이 사장의 이 한마디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산부문 아웃소싱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충남방적 전산실에는 20명의 전산요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1~2명이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7명이 나가
버렸다.

전산실은 기업의 두뇌역할을 하는 핵심조직.

모든 정보는 이곳으로 모이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가 가공된다.

인력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재무 인사 급여 판매 자재관리 원가관리 등
핵심업무가 대부분 마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 사장을 비롯해 중역 대부분이 전산시스템 업무를 거의 알지
못했던 것.

그러다 보니 전산실은 아예 다른 집단처럼 이질화돼 있었고 부서간 업무협조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장은 무심결에 한마디 던졌다.

"우리회사 전산실을 통째로 IBM에 맡기면 어떨까"

사실 그런 생각은 기업경영자로서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기업의 재무 영업 생산 등과 관련된 모든 비밀이 들어 있는 전산실 운영을
남의 손에 넘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친구의 조언으로 이같은 구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한국IBM측과 본격적인 아웃소싱 협의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97년 10월초 두 회사는 전산실 업무를 아웃소싱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웃소싱의 범위는 전산실운영 적용업무개발및 유지.보수 네트워크운영 등
그동안 전산실이 해오던 업무 모두였다.

계약 체결후 충남방적 전산실에 있던 컴퓨터 등 각종 전산자원은 한국IBM의
전산센터로 옮겨졌다.

충남방적에는 한국IBM 메인컴퓨터와 연결되는 단말기만 남았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산실 업무를 아웃소싱한 뒤 인사 회계 재무관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30%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전산부문 투자에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항상 수준높은 정보기술서비스
를 제공받는 체제가 갖춰졌다.

이 사장은 "전산부문 아웃소싱으로 이제는 안정된 생산과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8일자 ).